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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y 01. 2024

꿈에서 당신을 쫓아가다가

116.

요즘 들어 부쩍

자꾸만 어긋나는 기분이 듭니다.

당신과 나의 시간이 맞지 않은 탓이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이르게 도착하면

아직 당신이 오기 전이었

가까스로 시간에 맞춰가면

이미 당신이 자리를 뜬 뒤였습니다.


한 일주일쯤 못 본 듯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침부터 당신이 보고 싶어 집니다.


오죽했으면 어제 꿈에 당신이 나왔습니다.

꿈속 어딘가에서 당신은

나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한 마디의 말도 없이 내내

나를 보고 있었습니다.

몇 걸음 다가서면 당신도 그만큼 앞서가고

다시 거리를 좁히면 딱 그만큼 더 멀어져 갔습니다.


마치 짙은 안개 너머에

당신이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막 그 안갯속에 들어서고 있고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점점 멀어져 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발걸음만 재촉해야 했습니다.


아마도 그러다 길을 잃은 모양입니다.

여전히 보이는 거라곤 짙은 안개밖에 없고

내 시야에 있던 당신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딘지도 모르고 마냥 따라만 가다가

그 자리에 멈춰 서야 했습니다.


꿈은 깼습니다.

그런데 난 아직도 안갯속에 서 있습니다.

꿈속에서 내 앞에 있던 당신도 이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은 당신을

꼭 한 번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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