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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Apr 24. 2024

연주회장에서......

115.

어떻게 하다 보니 연주회장에 오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당신의 뒷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발길이 이끌렸나 봅니다.

음악회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틈바구니에서도 나는

당신만 또렷이 보입니다.


인파에 가려 선 자리에선 당신이 보이지 않는데도

마치 투시 능력이라도 가진 것처럼 나는

그 많은 사람들을 뚫고 당신만 보게 됩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자리를 옮기고 있습니다.

연주 모습이 더 잘 보이는 곳으로 몇 명이 움직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발견합니다.

당신 옆에 있어 마땅한 그 사람입니다.

어쩌면 내가 가장 원하지 않던 그림입니다.


그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내게 영역을 표시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난 내 자리를 지킬 테니

넌 네가 있는 곳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라,라고 으름장을 놓는 듯 보입니다.


그의 옆에 문득 빈자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새 당신이 자리를 비웠습니다.

어디에 있든 내가 당신을 못 찾을 리는 없습니다.

아마도 마음 같아선 눈을 감아도 당신을 찾을 것 같습니다.


화장실 입구에 서 있는 당신이 보입니다.

왜 거기 있는지 알 순 없습니다.

그렇다고 가까이 가 볼 수도 없습니다.

늘 그랬든 눈으로만 당신을 쫓을 뿐입니다.


그래도 오랜 시간 당신과 같은 공간에 있었으니

난 그걸로 됐습니다.

멀리서 지켜보는 것 외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오늘이 있어서 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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