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Apr 17. 2024

기억하고 싶은 날

114.

오늘은 햇빛이 강렬했습니다.

행사를 준비하고 있던 중에

당신으로부터 한 통의 카톡이 왔습니다.

5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줌으로 당겨

나를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그리 멀지도 않은 그 거리를

못 걸어갈 이유가 없지요.


햇빛 속에 서 있는 당신이 보였습니다.

햇빛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눈부셔서 바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살짝 각도를 틀어 60도로 몸을 세웠습니다.

인사를 건넸습니다.

당신도 환하게 인사했고요.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돌아서는 발걸음이 구름 위를 걷는 듯했습니다.


물론 나를 보러 당신이 나온 건 아니라고 해도

무려 3시간이나 당신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나 역시 서 있던 그 시간만큼

어떤 위치에서든

당신의 시선을 느꼈습니다.

내게 이런 그림 같은 날이 또 있을까요?


행사가 모두 끝나고

난 또 당신을 찾으러 걸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있던 그 자리를 벗어나

막 담장 쪽으로 걸어가던 중이었습니다.

당신과 나는 담장을 따라 걸었습니다.

난 담장 안에서 그리고 당신은 밖에서......

그때 미처 당신은 날 못 봤지만

로맨스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았습니다.

방금 전까지 달콤한 잠에 빠져 있다

막 일어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30미터 정도를 그렇게 나란히 걷는 동안

오늘과 같은 날이 내게 다시 올까 싶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꼭 기억하고 싶은 날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5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