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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y 07. 2024

잘 살고 있나?

삼백 스물일곱 번째 글: 후회는 결코 앞서지 않는다.

점점 나이가 들긴 들어가나 봅니다. 젊었을 때에는 뒤라고는 보지 않고 오직 앞만 보며 달려왔는데, 요즘 들어 자꾸 뒤가 켕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때 그리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할  없습니다만, 아무튼 지금처럼 그때에도 뒤를 돌아보며 살았다면 아마도 조금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등학교 1학년 은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문득 생각납니다. 후회는 결코 앞서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단순한 말씀이, 그 어느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그 말이 요즘 들어 왜 이렇게도 가슴에 와 박히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그건 절대적인 진리였습니다. 뭘 해도 늘 후회 투성이었지만, 그 후회가 단 한 번도 앞서 저를 찾아왔던 적은 없었습니다.


며칠 전, 군에  아들에게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가 저도 모르게 얼어붙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대화 끝에 딱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잘 살고 있냐,라고 말입니다. 어쩌면 아비된 자로서 자식에게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일 테지만, 아들에게 던진 그 말이 어느새 부메랑이 되어 저에게 다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카카오톡의 메시지 창에 찍힌 다섯 글자를 본 순간 저도 모르게 고개가 떨궈졌습니다. 타지에 가 있는 아들이 걱정되는 건 아비로서 당연한 일이겠으나, 어쩌면 제가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사람은 아들이 아니라 저였는지도 모릅니다. 한 사람으로서 바로 서지 못한 자가 어찌 한 아이의 아비로 설 수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사람이라면 그 어느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는 말을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해도, 불완전하고 부족한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매사에 완벽하길 바란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불완전하고 부족하다는 걸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저에게 물어야겠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살고 있느냐고 말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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