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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y 24. 2024

드디어 주말입니다.

2024년 5월 24일 금요일, 맑음


학교가 썰렁하다. 아마도 반경 50m 안에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없을 것 같다. 주말을 맞이하는 들뜬 마음들이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는 내게도 전해질 정도로 오늘 하루 마주치는 사람마다 표정이 그렇게 밝을 수 없었다. 도대체 주말이 다 뭐라고, 이렇게나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다. 물론 나도 출근하는 날보다는 쉬는 날이 더 좋은 건 사실이다. 직장이라는 것에, 혹은 간혹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에 매달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좋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은 이유로 주말을 좋아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뭐, 그렇다면 주말을 좋아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이유도 없겠다.


퇴근 시각에서 고작 20여 분 지났을 뿐인데, 학교 안 어디를 가도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잔업이라고 해야 할까, 야근이라고 해야 할까?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이 있어서 혼자 남았다. 아이들도 더 키워놨고, 집에 간다고 해서 특별히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니, 차라리 이럴 때에는 남아서 쉬엄쉬엄 일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싫지는 않다. 물론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혼자 이렇게 청승을 떠는 건 마음에 덜 들지만 말이다.


내게 있어서 본격적인 주말은 오늘 집에 간 뒤부터다.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몇 가지 일들을 처리하고 고즈넉한 저녁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잠자리에 드는 시간, 바로 그 시간이 어쩌면 내 주말인지도 모른다. 눕는다고 곧장 잠드는 게 아닐 테다. 갖가지 생각들에 잠시 휩싸인다. 내일은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까, 또 일요일은 어떤 계획 속에 시간을 보낼까, 등의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눈꺼풀은 무거워지게 마련이다.


한 주간 내 나름으로는 열심히 일을 했으니 내게 주어진 주말을 오롯이 즐길 자격은 충분히 있지 않겠나 싶다. 문득 여기에까지 생각이 미치니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은 하던 일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부터 해야겠다. 남들이 그렇게 좋다고 하는 주말을, 나도 한 번 즐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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