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May 29. 2024

무개념 인간

삼백 서른여덟 번째 글: 저러니 나이 먹는 게 무섭습니다.

커피숍에 왔습니다. 조용히 책도 읽고, 생각나는 게 있으면 글도 쓸 요량이었습니다. 때마침 매장 안엔 저 말고 손님이 한 사람밖에 없는 데다, 그 손님은 노트북으로 뭔가를 작업하느라 경황이 없습니다. 잔잔하게 틀어놓은 음악이 실내를 흐르는 가운데 고즈넉함까지 더해져 참 잘 왔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얼마 뒤 문득 새로운 소설의 소재가 떠올랐습니다. 생각지도 않던 절호의 기회를 붙잡은 저는 브런치 스토리 앱을 열어 거침없이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럴 때에는 잠시도 멈추면 안 됩니다.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생각하고 있던 표현이나 문장을 잊어버릴 염려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무엇이든 생각이 났을 때 메모해 두거나 글로 옮겨 적어놓아야 합니다.


그러는 중에 여자분 다섯 분이 매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어째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생김새로 사람을 품평하는 게 좋은 건 아니겠지만, 얼굴에서 극성의 수다스러움이 비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보다 최소한 열 살 정도는 많아 보이는 여자분들이었습니다. 슬픈 예감이 틀리는 법이 없다고 하더니 앉자마자 끊임없이 수다를 쏟아냅니다.


대화를 나누는 것까지는 그럭저럭 참겠는데, 매번 다섯 사람이 동시에 말을 해댑니다. 무슨 시장통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처럼 귀가 울립니다. 마음 같아선 귀를 틀어막고 싶지만,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저로선 대놓고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연령대 특유의 웃음소리가 귀를 너무 거슬리게 합니다. 몇 번이라도 한소리 하고 싶지만, 그때마다 치밀어 오르는 충동을 가라앉히기에 바쁩니다.


이런 게 다수의 횡포일까요? 저렇게 시끄럽게 떠드는데도 그들이 무안해할까 싶어 한소리 못하는 저와는 달리, 저들은 도대체 무슨 권리로 저러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는 이런 상황에 매장의 주인이 한 번쯤 주의를 줘야 하겠지만, 영업장 주인 입장에서도 사실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정이 그러하니 손님에 지나지 않는 제가 한마디 하긴 더 어려운 것이겠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는 법이긴 하나, 들어온 지 한 시간도 채 안 된 제가 저 무례한 사람들 때문에 나가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도대체 저런 인간들은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살아가는 걸까요? 주변은 아랑곳없이 자기들만 좋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거나 말하고 행동하는 인간들이 왜 이렇게도 넘쳐나고 있을까요? 더군다나 이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이 나이 든 사람들이더라는 점이 더 불쾌하게 느껴집니다. 어쩔 수 없이 나이는 먹게 되겠지만, 저런 인간들을 볼 때마다 나이 먹는 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저도 곧 어딜 가서 저런 몰상식한 짓을 하게 될 거란 생각을 하니 그저 서글플 뿐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