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May 29. 2024

아침 일광욕

삼백 서른일곱 번째 글: 햇볕을 쬐어 봅니다.

요즘 아침마다 옷차림 문제로 고민이 많습니다. 시기로 보면 당연히 위에 반 팔을 입어야 하지만, 생각보다도 쌀쌀한 아침을 맞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고민 아닌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긴 팔 옷과 반 팔 옷을 두고 한참 동안 고심하기도 합니다. 긴 옷을 입자니 조금만 지나면 금세 더울 것 같고, 그렇다고 짧은 옷을 입으려니 지금 당장의 쌀쌀함이 마음에 걸립니다.


이유가 어떻건 간에 늘 저의 선택은 반 팔입니다. 차를 가지고 다닌다면 더울 때 긴 옷을 차에 둬도 될 테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통근하는 저로선 그것조차도 짐이 되니까요. 다소 춥긴(?) 해도 그게 가장 현실적으로 옳은 선택이 아니겠나 싶은 생각 때문입니다.


웃장 문을 열고 한참을 바라보다 오늘도 호기롭게 반 팔 옷을 걸쳤습니다. 6시가 채 안 된 시각에 집을 나섰습니다. 지각을 하지 않으려면 그 시각에 나서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여유를 부렸다간 영락없이 학교에 늦고 맙니다. 막상 밖에 나와 보니 아니나 다를까, 피부에 느껴지는 기운이 꽤나 쌀쌀합니다. 드러난 팔뚝엔 벌써 닭살이 돋고 있습니다. 게다가 꽃가루 알레르기 반응 탓인지 살 껍데기가 가려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무심코 긁다 보니 피부가 어느새 부풀어 올라 있습니다.


학교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15분 남짓한 시간 동안 햇볕을 쬐고 서 있습니다. 햇빛이 팔뚝에 내리 꽂히는 그 느낌이 조금도 싫지 않습니다. 평소 같으면 땀이 흘러 싫기만 했던 이 아침의 태양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그 넓은 버스정류장 안에서 굳이 햇빛이 비치는 곳을 골라 서 있습니다. 다른 곳으로 향하는 버스가 정류장 안으로 들어오면 잠시 물러섰다가 다시  발을 들여놓습니다. 이런 걸 두고 일광욕을 한다고 하지요.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전해져 전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사람이 햇빛을 쬐지 않고는 살 수 없다고 합니다. 아주 가끔씩이라도 이렇게 일광욕을 해보는 것도 꽤 괜찮은 '쉼'의 방법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