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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y 29. 2024

오로라 볼래

0717

크레이프 케이크는 수평으로 접근하는 편이 옳다.


위에서 아래로 낮아지는 소멸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일일이 포개놓은 고민들이 한 장씩 말려 사라진다.


크레이프는 그레이프 한 알씩 점령하는 것과 같다.


차분하고 고요하게 잠식하는 고독한 재미가 있다.


오로라를 보러 캐나다로 갈거야


순간 화이트호스, 처칠, 옐로나이프가 떠오른다.


무지개보다 화려할까

안개보다 신비로울까


그는 눈을 감고 와인을 음미하듯 오로라를 상상해 보지만 점점 그 형상이 희미해지는지 이내 웃는다.



직접 보지 않고서는 그릴 수 없는 이미지가 있다.


오로라존에 들어가면 오라aura가 생길 것 같아.


변덕스런 오로라를 만나는 것도 행운에 가까울테니 그 지역에도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캐캐묵은 전설이 구전으로 전해내려올 것 같다.


우리에게 없던 풍경 앞에 서면 새로운 감정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것을 두 눈에 담아와 그 기억의 방패로 몇날 며칠을 살아낼 구실이 될 것이다.


식량 같은 이미지도 있으니까.

연료 같은 이미지도 있으니까.


오로라를 보러 가기에 어울리는 옷을 고르다가 밀 크레이프 사이사이에 발린 크림이 겹쳐 보인다.


그 색은 옷보다는 그곳에 칠 텐트색으로 어울려.


오로라의 환상을 제대로 담기 위한 카메라 렌즈같이 늦봄 저녁 내 마음은 막막한 자유로움에 길게 길게 노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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