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Jul 03. 2023
육체와 몸은 다르다.
다루는 면에서 상이하다.
육체는 체육으로 다루고 몸은 맘으로 다뤄야 한다.
육체가 허약할 때 운동 아닌 것으로 다루거나
몸이 아픈데 마음을 외면한 채 다룬다면 허탕이다.
출간의 마지막 단계에서 뜻하지 않은 난항이다.
소설제목을 일단 정했으나 맘에 들지 않는다.
글을 쓸 때부터 사용한 제목을 접어두고 정하려니 자꾸 산으로 가는 모습이다.
어제도 기발하다 제안한 3개의 제목이 거절당했다.
천 년 만에 운동을 시작했다. 뻣뻣해진 몸을 움직이며 신체나이가 노년 같았다. 쉬워 보이는 동작들이 횟수를 더해가자 땀이 쏟아진다. 한계에서 근육이 폭발하고 다시 태어난단다. 아침에 일어나니 누가 밤새 몽둥이찜질을 하고 갔는지 온몸이 만근이다.
몸이 예전과 달라 커피를 끊은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커피를 보약 챙기듯 매일 복용하던 습관을 버렸다. 금단현상이나 다른 대체음료가 늘어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쿠폰도장과 별을 모으는 재미를 가지고 커피를 좋아한다고 착각했었나 보다.
만 년 만에 튼 티브이에서 열일곱 살 이하 축구선수들이 태국에서 일본과 결승후반전을 하고 있다. 전반에서 퇴장을 당했는지 한국팀 인원이 하나 적게 뛰고 있다. 억울한 판정은 막상 뛰는 선수의 얼굴에서보다 앉아 중계하는 해설자를 통해서 알게 된다.
기다리는 것은 서두르는 것이다.
여유는 서두른 자들만의 특권이다.
기다리는 동안 다른 기다림을 위해 서두른다.
기다림은 시간을 앞서 달려가려는 욕망과 오지 않은 얼굴을 앞당겨 맞이하려는 그리움이 겹치는 곳.
모든 인간관계의 균열점은 빡침의 뽀인뜨에 있다.
내게는 무심한 순간이 누구에겐 아킬레스가 되고
내게 소중한 순간이 타인에겐 하찮아지기도 한다.
각각의 독립된 세계에서 존재하기에 빡침의 일치는 불가능하다는 원리를 알아야 갈등을 피할 수 있다.
하반기의 몸과 맘은 상반기의 그것과 다르다.
새로운 다짐과 달라진 리듬으로 전환하고 적응해야 한다. 거저 살아지는 것은 없다. 오리배도 발을 부지런히 굴려야 간다. 삶은 오리배보다 복잡한 구조라 온몸과 온 맘을 다해 굴려야 그나마 굴러간다.
삶은 참 아이러니 끝판왕이다.
온화하면서 활기차야 하고 진지하면서 개구져야하고 말을 아끼면서 내용전달에 구체적이어야 하고 허심탄회하면서 귀담아 들어야 하고 빈번하지 않으면서 친근해야 하고 똑 부러지면서 유연해야 한다.
어제와 달라졌다면 오늘을 새로이 사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싶다. 어제와 비슷하고 익숙한 오늘이라면 새로운 오늘을 맞이할 기회를 손해 보았다고 여기고 낯설게 보도록 나를 돌려놓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래 살아도 짧은 인생을 산 것일 테니.
브런치에 무슨 글을 쓰게 될지 점심으로 무얼 먹을지 오후엔 누구와 전화통화를 하게 될지 밤에 자기 전 어떤 고민을 만지작거리고 있을지 모르는 게 천지인 게 우리다. 모르기에 살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예상할 수 없기에 계획이라도 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