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관리법

삼백 마흔 번째 글: 시간은 찾아내는 겁니다.

뭔가를 한 번 한다고 작정하면 뿌리를 뽑을 때까지 덤벼드는 성격인 탓에, 비교적 저는 시간 관리를 하며 살아가는 편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성해야 할 부분은 솔직히 적지 않습니다.

시간이라는 게 그렇지 않습니까? 초 단위로 열심히 시간을 쪼개가며 바쁘게 사는 사람에게도 주어진 시간이 24시간이듯, 하릴없이 빈둥거리며 지내는 이에게도 딱 그만큼의 시간만 허용됩니다. 게다가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이 시간이라는 녀석은 저 혼자 멀리 가버리기 일쑤입니다. 결국 인간이 시간을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지도 모릅니다.

제가 시간에 대해서 조금은 특별한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읽은 뒤부터입니다. 모모를 읽어보신 분들은 그 장면을 알고 계실 겁니다. 회색 신사가 이발사를 찾아가 기발한 계산 과정을 들이대며 당신은 시간 관리에 실패했으니 자신에게 시간을 팔라고 설득하는 부분 말입니다. 사실 전 그때 그 대목을 읽고 큰 충격에 사로잡혔습니다. 아무리 동화 혹은 소설적 설정이라고 해도 꽤나 그럴싸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만약 회색 신사가 와서 제게 똑같은 말을 한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생각했었던 모양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제게도 주어진 시간은 24시간뿐입니다. 모양을 일그러뜨릴 수 없는 완벽한 틀 속에 갇힌 이 시간이라는 놈을, 제가 무슨 수로 다스릴 수 있을까요? 결국 정해진 24시간 안에서 이 시간을 그래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찾은 방법을 적어볼까 합니다.

먼저, 포기해야 할 것과 앞으로의 여생에 있어 함께 갈 녀석들을 선별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아무리 바둑을 좋아하고 배드민턴을 더 배우고 싶다고 해도, 혹은 남들이 좋다며 같이 골프를 치자고 끈질기게 꼬드긴다고 해도 이 많은 것들을 다 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한동안 고민했을 겁니다. 그렇게 해서 제 옆에 살아남은 녀석이 책 읽기이고 글쓰기입니다. 간혹 글은 쓰고 싶은데 도저히 바빠서 쓸 엄두가 안 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을 종종 만납니다. 조금만 얘기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정말 바빠서 글을 못 쓰는 게 아니라, 포기하고 버려야 할 일에 아직도 적지 않은 시간을 쏟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찾아낸다면 그 일에 드는 시간은 고스란히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다음으로, 잠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전 원래 잠이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할 거 다 하면서 살 수는 없다는 걸 알겠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자기가 마음먹은 걸 최대한 많이 해야겠다면 어딘가에서 시간을 만드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저는 하루에 대략 5시간 정도 잡니다. 꽤 오랜 가간 몸에 익어서 그런 것인지 이제는, 5시간을 자든 10시간을 자든 별 차이가 없다는 걸 압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시간 관리를 위해 선택한 방법은 운전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제가 있는 학교는 운전하면 왕복 2시간으로 출퇴근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대중교통으로 다니면 5시간이나 걸립니다. 통근에 3시간이나 더 소요되는데, 이게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냐고 하겠지만, 이 5시간 동안 저는 글을 쓰고 책을 읽습니다. 핸들을 손에서 놓으니 비로소 가능해진 일입니다. 운전을 하며 다니던 12년 전까지만 해도 꿈도 꿀 수 없던 일이었습니다.

전 지금 세상에서 제가 시간을 가장 잘 관리한다는 따위의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모두가 하나같이 바쁘다고, 뭔가를 하고 싶은데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방법을 쓰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겁니다.

최소 하루에 6시간 이상을 저는 찾아냈습니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제게는 존재하지 않았고, 찾을 수도 없던 시간이었습니다. 혹시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다면 먼저 숨어 있는 시간부터 찾아보시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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