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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n 04. 2024

책의 경계선

삼백 마흔세 번째 글: 모든 것에는 경계가 있어야 합니다.

책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사실 하나 마나 한 얘기입니다. 어쨌건 간에 그중에서 대체로 우리가 읽을 만한 책을 들라면, 시, 소설, 수필, 자기 계발, 인문학, 그리고 글쓰기 관련 책 정도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시를 읽자니 자나치게 관념적인 탓에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스토리와는 무관한 장르다 보니 읽어도 그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데다 시어 자체도 난해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소설은 스토리가 눈에 쉽게 드러나 읽기는 편하나, 한 호흡에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요즘처럼 바쁜 현대인들이 막상 집어 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인문학 서적은 어지간한 배경 지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읽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탓에 가까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보면 수필은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르의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필은 말 그대로 붓가는 대로 쓴 글이니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붓가는 대로 글이니 특별한 기술이나 요령 없이도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있는 글이 사실 수필이기도 합니다.


읽기가 수월하다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다른 유형에서 자기 계발 서적이 떠오릅니다. 글쓰기 관련 책도 있습니다. 요즘 시중에 마구 쏟아져 나오는 자기 계발 서적이나 글쓰기 관련 책들은 어딘지 모르게 꽤 교묘하게 수필인 양 행세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명색이 수필은 문학의 4대 장르에 들어간다는 사실입니다. 그 말은 곧 문학성을 내재하지 않는 글은 수필이라고 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자기 계발 서적이나 글쓰기 책들을 묶어 에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당당히 에세이라고 명시되어 출판되기도 합니다. 무슨 말장난 같은 얘기냐고 하겠지만, 모든 것에는 명확한 경계가 필요한 법입니다.


가끔 글쓰기 관련 책을 인문학 서적으로 소개하는 걸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했을 때 글쓰기 책은 사색이나 성찰을 목적으로 하는 책이 아닙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특정한 사람들, 즉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쓴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특정한 분야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썼다면, 그건 곧 자기 계발 서적이 되는 것입니다. 글쓰기 책이 인문학 서적이 될 수 없는 명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책이면 그냥 펼쳐 읽으면 되는 것이지 뭘 이렇게 꼬치꼬치 따지고 드냐고 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했듯 모든 것에는 다 그만한 요소가 있기 마련이고, 그런 이유에서 우리는 각 책들 간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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