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책을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글쓰기 책을 고르시는지요?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다분히 글쓰기를 소개한 책들을 읽기 마련입니다.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런 글쓰기 관련 책들은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시를, 소설을, 그리고 수필을 어떤 방법으로 쓰면 되는지를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앞의 글에서 말했듯 그래서 글쓰기 관련 책들은 자기 계발 서적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글쓰기의 잔재주를 알려주는 데 그치는 책들이 거의 대부분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대개 이런 류의 책들은 깊은 사색이나 자기반성과 같은 요소를 담아내지 못합니다. 글을 논하고 글쓰기를 말하고 있어도 이들이 인문학이 될 수 없는 이유인 것입니다. 시쳇말로 '닥치고 나(저자)만 따라 하면 너도 글을 쓸 수 있다'라는 것이 그 책들의 요지인 것입니다.
그런데 혹시 그런 책들을 보고 따라 하니까 정말 되던가요? 상식적으로 그게 그대로 된다면 세상에서 글을 못 쓸 사람이 없고, 자신의 이름이 박힌 단행본 한 권 출간하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 유튜브에 소개된 그 많은 운동 루틴 영상을 따라 한다고 해서 모두가 몸짱이 되거나 식스팩을 가질 수는 없듯, 글쓰기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해서 누구나가 글이 잘 써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어떤 부분들에 대해서 얼마간 참고만 할 수 있을 뿐이지, 효과적인 지침이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비책을 제공하지도 못합니다. 따라서 글쓰기 책을 곧이곧대로 맹신하는 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입니다.
왜 그런 책을 맹신할 수 없는지 그 이유를 밝히자면 단순합니다. 많은 글쓰기책에서 글을 쓰는 기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더러는 정말 도움이 되겠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방대한 예시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그 기술에 따라 저자 자신이 직접 써 놓은 예시글을 실어놓은 경우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소설을 쓸 때 어떤 시점으로 쓰면 효과적인지를 설명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러면 많은 저자들은 각 시점의 장단점이나 특징 등에 대해서만 열거하지, 저자가 고른 기성 작가의 예시글을 저자 자신이 직접 1인칭으로 혹은 3인칭으로 바꿔 쓰는 과정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그 많은 글쓰기 책을 읽더라도 정작 '내 글'을 쓰는 데에는 하등의 도움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글쓰기 및 문학, 문학평론과 관련해서 이미 이십 여 권에 달하는 저서를 남긴,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은사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자 자신이 직접 쓴 글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글쓰기 책은 읽지 않는 것이 낫다,라고 말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글쓰기 책을 고를 때 어떤 기준을 갖고 책을 고르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