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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n 04. 2024

당신을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123.

그저께 잠시 스쳐가는 당신을 봤습니다.

1초쯤 옆모습을 봤고

그 뒤로는 줄곧 뒷모습을 봐야 했습니다.

남색 계열의 원피스를 입었더군요.

보려고 한 건 아니지만,

무릎 위를 덮은 흰색 레깅스도 봤습니다.


가슴이 멎는 듯했습니다.

당신을 이리도 가까이에서 본 게 처음은 아니었는데,

뭐랄까, 그날의 느낌은 달랐습니다.

마치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요?


멀어져 가는 당신을 보면서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내 바람이 언어가 되어

당신의 발길을 붙들 수만 있다면

못할 것도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막상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단 한 번도 당신을 불러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던 겁니다.


결국 정면에서 마주치지 않으면 난

당신을 못 본 게 되는 셈입니다.

괜스레 호칭을 만들어 허공에 대고 불러댑니다.

저기,라는 호칭도 아닌 듯하고,

그렇다고 해서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무런 호칭이 없이도

당신을 볼 수 있고,

짧은 대화라도 나눌 수 있다는 건,

내겐 그저 축복인지도 모릅니다.


또 며칠이나 못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짓말처럼,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당신과 마주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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