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기적

삼백 마흔다섯 번째 글: 기적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살면서 단 한 번도 기적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건 마찬가지입니다. 동시에 이 기적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쉽게 일어나는 그런 일은 아니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마치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사전에서 그 뜻을 찾아봐도 ‘기적’이 우리와 그다지 가까운 말은 아닌 듯 보입니다.

사전적인 정의로 보자면 기적은 두 가지 정도의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는, 상식을 벗어난 기이하고 놀라운 일을 기적이라고 지칭합니다. 무려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일입니다. 결코 상식적이지 않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기이한 데다 막상 발생했을 때 그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것이라야 비로소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조건이 까다로우니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닌 것이겠습니다. 하긴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면 우린 그 일을 두고 기적이 일어났다고 표현하지는 않겠지요.

기적의 두 번째 정의는 신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불가사의한 일을 말합니다. 제가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겠으나, 최소한 신이 거론되는 영역은 인간이나 과학이 측량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적어도 지금 제가 말하는 기적의 테두리에선 배제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저에게 기적이라고 할 만한 일이 일어난 적이 있을까요? 제 삶을 돌아보건대, 저라는 사람이 결혼했다는 것 자체가, 아니 어쩌면 그전에 한 사람의 마음을 얻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천하를 얻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을 해냈으니, 혹은 저에게 일어났으니 그건 분명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연예인, ‘기안84’의 말을 보고 들었습니다. 그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돈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그의 말에서 자극을 받은 부분이 그 대목은 아니었습니다. 정작 제 마음을 움직인 건 다음의 대목이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합니다. 그런데 막상 살아 보니 오히려 운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합니다. 그가 말하는 이 ‘운’이라는 것이 제가 보기엔 바로 기적과 일맥상통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는 더 의미심장한 말을 남깁니다. 운이 훨씬 중요하다고 해서 노력의 가치나 의미를 하찮게 여기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무슨 일에서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그 운조차도 자신을 피해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최선을 다하는 자에게만 그 운이 돌아온다는 것, 즉 준비된 자가 '기적'이라는 운의 힘을 빌어 기회를 획득한다는 뜻이겠습니다.

인생이라는 것에 있어서 속단하는 게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를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제 인생에 있어서 더는 기적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실 누구라도 기적이 일어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정직하게 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체로 기적을 믿거나 바라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어떤 일에서든 조금이라도 최선을 다하며 사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감히 '기적'을 바라며 사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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