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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잘 머물기 위해서 불가피하다.
떠나본 이들은 너무 잘 안다.
머무는 것의 확신이 아닌 머묾의 확장을 위해서 떠남을 준비하는 것을.
정돈된 상태를 고집하지 않고 다시 헝클어 조합하는 기회를 떠남으로써 가능케 한다.
그래서 떠남은 도피가 아닌 도약이다.
이내 환멸은 환기로 바뀌고
즉시 경주는 탈주로 바뀐다
머무는 것이 하나의 점에 있다면 떠나는 것은 두 개 이상의 점을 넘나드는 것이다.
떠남에는 사이가 존재하기에 유의미하다.
간격, 여백, 길 위, 허공, 선택, 막다름, 정처 없음, 길 잃음....
작고 큰 결정의 순간들이 촘촘하다.
오직 이 순간에 가장 현명한 결정을 한다.
이때 나의 결정의 본질을 만난다.
경제적인가
효율적인가
낭만적인가
부끄럽지 않은가
후회하지 않는가
나는 비로소 나에게 묻기 시작한다.
나를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착각이었음을 떠나온 낯선 곳에서 깨닫는다.
본능에 충실해지고
본질에 입을 맞춘다.
불룩한 내 가방 속 소지품들이 하찮은 집착들의 사체임을 알아차리고 하나씩 거리에 버리기 시작한다.
진정 중요한 것들은 소지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발견되고 그것을 볼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게 된다.
떠났는데 흩어졌던 것들이 모아지는 것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정신의 분산은 소유의 과잉에서 온 것이니 떠나는 것이야말로 이를 해결하는 최적의 솔루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