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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un 06. 2024

대포음 커버

뿌우와 꾸욱 , 아악! 꺼억 푸우

브르붕 꾸욱 꺼억 꺼억 푸우아

브르흐 브루부 끄윽 꺼억 푸우

그르릉 끄흑 뿌우웅 뿌우와 끅


코를 고신다, 고르르릉끄~

코가 열린다, 흐우흐어억!

입도 떨린다, 투르루푸우~

코가 대포다, 꾸아앙커억!


발로 뻥 차며 아악!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내재적 대포를 소유한 자를 잘못 건드렸다간 대포말이가 될 것 같다. 버스를 전쟁터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Trent Reznor & Atticus Ross의 The Challengers를 귀에 꽂았다. 영화, 챌리저스(2024)를 아직도 영화관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아드레날린 솟는 일이다. 22분 43초에서 영화 마지막, 터질 듯 반항하는 영혼들을 위한 찐한 ost 노래가 가슴을 울리며 돌아다닌다.


...

Compress repress

Repressed compressed

And then just surrender

One two three

No one here

Stays the same

Change strange

Something else

Break the rules

Of this game

Touch touch touch yourself

I am you

And you are me

...


흔들흔들 노래에 묻혀 불규칙으로 거슬리는 소리를 중화하려 무진 노력을 하고 있다가 위급 상황을 마주했다. 정거장 정차 짬에 기사 아저씨, 벌떡! 일어나신다.


'여기 아저씨 개인공간이 아니시잖어요! 코 고는 소리가 너무 조용해서 제가 화딱지가 나네요!'


어? 이건 무슨 화법일까. 코. 고. 는.  소. 리. 가.  너. 무.  조. 용. 해. 서...


기사 아저씨가 툭툭 쳐서 깬 덩치 큰 아저씨는 눈만 멀뚱 거리며 멍하다. 기사 아저씨의 이해불가 교란 작전에 말린 것 같았다.


'소리가 너무 조용해서 화딱지가 나셨구나.' 중간만 뚝 잘라 이해하고는 다음 소리를 준비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바로 앞쪽 기사 아저씨와 바로 옆 덩치 아저씨의 벌건 위험 지대에 앉아 벌어질지도 모르는 피 튀기는 육탄전을 상상하며 슬슬 공포에 질리고 있었다. 노래는 계속 머릿속을 휘젓는다.


...

You and you is me

You you you into me

Play the game

one two three

...


노래 절정에서 발가락에 힘을 모아 까딱거리며 준비 운동을 시작했다. 덩치 아저씨가 기사 아저씨에게 몸을 날리면 벌떡 일어나서 뒤돌려차기를 해야지. 내 납작한 샌들 바닥으로 뒤통수를 갈길 테다!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포처럼 소리를 뿜고 나니 온 힘이 다 빠져버린 것 같았다. 덩치와 눈빛에 비례하는 코골이 에너지 총량의 법칙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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