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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n 08. 2024

비 오는 오후

2024년 6월 8일 토요일, 비


어째 비가 안 오나 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지금쯤이면 한 차례 와도 이상할 게 없다 싶었다. 연휴의 세 번째 날, 늘 하는 생각이지만, 시간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이틀 동안 뭘 한 건가 싶었다.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시간만 축이 났다.


모처럼 만에 집 앞까지 친구가 찾아와 잠시 만났다. 녀석을 보내고 나서 늘 오던 파스쿠찌에 들어왔다. 이곳은 늘 한결같아서 좋다. 과연 몇 명이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손님이라고는 죄다 2층에 있으니 내가 앉아 있는 1층은 음악 소리 외엔 내 글쓰기를 방해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는 그 점원과 나, 둘만 있는 공간이다. 맞다. 그 점원 때문에 이곳에 자꾸 오게 된다. 당연히 이상한 마음 따위가 있을 없다. 나를 기억해 주고 친절하게 대해 주는 점원이 있는 곳이라면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곳에 이유는 충분한 것이겠다.


사실은 파스쿠찌의 문을 밀고 들어오기 전 숱하게 고민을 하곤 한다. 그 비싼 돈을 줘가면서까지 이곳을 이용해야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완벽한 나만의 자유 시간, 그리고 자유 공간이다. 두세 시간 동안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으니 나로선 마다할 이유도 없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글이 막힐 때마다 창밖을 바라본다. 우산을 받쳐 들고 바삐 갈 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딘가 부산해 보인다. 차 타이어 밑에 깔리는 빗소리는 귀를 어지럽힌다. 생각을 그렇게 해서 그런지 오늘은 매장 내에 흐르는 음악도 늘어지는 음악들 뿐이다. 이미 오는 비를 뭐 어쩌겠는가? 다만 내일 하루만이라도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별한 일정이나 계획은 없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비가 오는 건 조금도 반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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