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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n 09. 2024

도서관 문 닫기 2시간 전

2024년 6월 9일 일요일, 흐림


아침 9시에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 왔다. 평소의 글 쓰는 속도를 감안하면 못해도 네다섯 번은 썼을 것 같은데, 오늘은 몇 편 쓰지 못했다. 대신에 대출한 책들 중에 한 권을 집어 들고는 단숨에 읽어 버렸다. 말이 단숨이지, 그래도 나는 한 권의 책을 읽는 데 있어 최소 세 시간 정도는 걸리는 편이다.


글을 쓰기 위해 도서관에 온 건 사실이지만, 글이 잘 써지지 않거나 글쓰기보다 독서가 더 좋을 때에는 미련 없이 책을 읽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다. 게다가 오늘 집어든 책은 내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글쓰기에 대한 열망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물론 그녀가 그동안 이룬 결실을 감안한다면 감히 난 그녀에게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겠지만…….


다른 것보다도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요즘 말로 '찐'인 사람을 책으로 만났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인지 읽히는 것도 술술 잘 읽혔고, 그 어떤 대목 하나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사실 글쓰기를 좋아한 뒤부터 늘 외롭게 살아왔다. 가족들도 이해를 못 하는데 주변인들이 이해할 턱이 없는 것이다. 적어도 내 주변에는 글을 쓰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어딜 가서든 글쓰기를 주제로 그 어느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다. 어쩌다 이와 비슷한 얘기가 나와도 그 어떤 사람도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별종 아닌 별종이 되고 마는 것이다. 별종은 별종끼리 어울리는 게 이치에 맞다.


아무튼 오늘은 괜찮은 책 하나 만나 너무 반가웠다. 슬슬 자리를 옮겨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집중력이 떨어질 때 미련하게 자리를 버티고 있는 건 경우가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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