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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n 08. 2024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134일 차.

아마도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는 꼬이지 않은 상태였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마음이 깃들어 있었으니까요. 무엇이든 마음이 극에 달하면 하늘이 감동한다고 하지요. 희대의 명장인 다이달로스가 만든 미궁 안에서 호시탐탐 재물이 될 선남선녀를 기다리는 미노타우로스를 제거하기 위해 기꺼이 미로 안으로 뛰어든 테세우스를 무사히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한 것도 어쩌면 아리아드네의 마음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다이달로스의 이 미궁은 라비린토스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그 어느 누구도 한 번 들어가면 자력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곳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어떤 일이 순리대로 풀리지 않고 꼬인다거나, 어떤 사건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답보 상태를 유지할 때 '미궁에 빠졌다'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그런데 이 미궁 속에 들어간 누군가가 무사히 빠져나오게 됩니다. 바로 테세우스입니다. 모든 건 이 테세우스에게 반한 아리아드네가 건넨 실타래 덕분입니다.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테세우스가 미리 늘어뜨린 실을 되감으며 미궁에서 탈출하게 되니까요.


꽤 오래전에 읽었던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기억나는 이야기 중의 하나입니다. 그 많던 이야기들 중에 왜 하필이면 이 이야기가 그렇게도 오래 기억에 남았을까요?


우린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어떤 문제들은 그리 오래전에 발생하지 않은 것이라서 그런지 조금만 신경을 쓰면 금세 해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몇몇 문제들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해결하려고 들면 들수록 문제가 더 복잡하게 얽히고설키기까지 합니다. 그럴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같은 그런 것이 저에게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제게는 아주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언제부터 그 문제가 시작이 되었는지도 알고, 이 문제와 관련된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떤 루트를 밟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느낌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더군다나 저에게는 누구보다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 또한 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최소한 15년 이상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해결하려고 모종의 노력을 할 때마다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거나 혹은 더 어려운 상태에 놓이곤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요? 제가 겪고 있는 이 문제는, 적어도 이제는 결코 해결될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그 긴 세월 동안 그리 되어 왔는데, 지금 어떻게 한다고 해서 해결될 리가 없는 것이지요. 사실이 그렇다면 깔끔하게 포기하면 되는데, 그 또한 제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비도 오고 기분도 꿀꿀해서 그런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역시 저에겐 비가 최고의 적입니다. 이 빌어먹을 비 좀 어떻게 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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