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나는 저녁의 소탈한 이탈보다 보람찬 아침의 시간을 놓치는 게 싫어서 일찍 잠드는 모양이다. 재미있는 일은 내가 잠든 사이에 일어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세상의 유행에 대한 관심을 끄면 나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나만의 루틴이 있는 사람은 꽉 막힌 벽창호가 아니라 지켜야 할 신념이 있는 사람이다. 유흥의 재미보다 건강한 삶, 반복되는 루틴에서 비롯되는 행복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쓴다. 새벽 감성을 가차 없이 잘라내는 아침의 이성을 나는 예찬한다. -> 본 책, 114~115쪽
저 역시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한때는 글쓰기에 대한 강박이 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제가 글을 쓰는 걸 종용하지 않았고, 애써 쓴 저의 글을 차분하게 읽어 줄 사람 또한 없었으며, 심지어 저의 허섭쓰레기 같은 글을 기다리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뭔가에 쫓기듯 글을 썼습니다.
모든 건 사실 1년 안에 결론이 났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이 그러했을 것처럼 브런치스토리에 처음 올 때만 해도 제가 생각했을 때는 꽤 헛된 꿈에 빠져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이곳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는 제 이름으로 된 단행본을 낼 것이라고 말입니다. 또 소설의 기본도 모르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소설을 쓰리라는 당치도 않는 포부까지 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대략 1000편 정도의 글을 써 갈 때쯤이었을 것입니다. 어느 순간엔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부질없다고 말입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글을 쓰는 것이 행복이라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글만 쓰면 되는 것이지, 그 이외의 것을 바라는 것은 헛된 욕심이고, 원래의 제 초심을 잃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글지마' 작가님은 이미 5권의 책을 출간한 분입니다. 이런 분을 감히 어찌 저 같은 사람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나 작품을 향한 그 마음은 충분히 공감이 되는 글이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아리기도 했고, 모종의 감동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특히, 뒷부분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는 저에게도 많이 공감이 된 부분들이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제대로 된 소설 입문 과정이나 강의 없이 야전에서 굴러가며 익힌 그 생생한 체험담은 소설을 쓰려는 사람들에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나만의 루틴이 있는 사람은 꽉 막힌 벽창호가 아니라 지켜야 할 신념이 있는 사람이다. 유흥의 재미보다 건강한 삶, 반복되는 루틴에서 비롯되는 행복을 아는 사람이다.
이제는 주변의 시선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많이 넉넉해지긴 했습니다만, 특히 이 부분은 본 책에서 제가 가장 많은 위안을 얻은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