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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n 09. 2024

고통인가, 즐거움인가?

022.

나는 저녁의 소탈한 이탈보다 보람찬 아침의 시간을 놓치는 게 싫어서 일찍 잠드는 모양이다. 재미있는 일은 내가 잠든 사이에 일어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세상의 유행에 대한 관심을 끄면 나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나만의 루틴이 있는 사람은 꽉 막힌 벽창호가 아니라 지켜야 할 신념이 있는 사람이다. 유흥의 재미보다 건강한 삶, 반복되는 루틴에서 비롯되는 행복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쓴다. 새벽 감성을 가차 없이 잘라내는 아침의 이성을 나는 예찬한다. -> 본 책, 114~115쪽


본 책의 저자인 글지마 씨는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혹시나 해서 책의 날개를 뒤적여 봤더니, 브런치에서도 활동하고 계신 작가님('글지마' 작가님)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성 씨 중에 모르긴 몰라도 아마 '글' 씨는 없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글지마, 라는 필명이 주는 느낌이 사뭇 궁금했습니다. 나름 짐작이 가는 게 있긴 했는데, 친절하게도 저자는 글지마라는 필명의 유래를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글쓰기를 멈추지 마'의 줄임말이 바로 '글지마'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그런 헛된 꿈을 저버린 지 오래지만, 예전에 작가가 되면 어떤 필명으로 활동할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본 적이 있던 저인지라 저자의 필명에 한참 동안 눈길이 갔습니다.


저자(전 개인적으로 작가라는 호칭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는 꽤 흥미로운 사람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꾼이 꾼을 알아본다고 글쓰기에 진정으로 미친(?) 사람의 정체를 알아봤다고나 할까요?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자는 글쓰기에 제대로 빠진 사람이었습니다. 책의 중간중간에서 엿볼 수 있는 글쓰기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마치 강박증 속에서도 글쓰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그런 분으로 비쳤습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해쳐가는 줄도 모르게 글쓰기에 글쓰기를 거듭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꾼이 꾼을 알아본다는 말이 바로 이럴 때에 유효한 것이 아니었겠나 싶었습니다.


저 역시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한때는 글쓰기에 대한 강박이 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제가 글을 쓰는 걸 종용하지 않았고, 애써 쓴 저의 글을 차분하게 읽어 줄 사람 또한 없었으며, 심지어 저의 허섭쓰레기 같은 글을 기다리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뭔가에 쫓기듯 글을 썼습니다.


모든 건 사실 1년 안에 결론이 났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이 그러했을 것처럼 브런치스토리에 처음 올 때만 해도 제가 생각했을 때는 꽤 헛된 꿈에 빠져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이곳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는 제 이름으로 된 단행본을 낼 것이라고 말입니다. 또 소설의 기본도 모르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소설을 쓰리라는 당치도 않는 포부까지 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대략 1000편 정도의 글을 써 갈 때쯤이었을 것입니다. 어느 순간엔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부질없다고 말입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글을 쓰는 것이 행복이라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글만 쓰면 되는 것이지, 그 이외의 것을 바라는 것은 헛된 욕심이고, 원래의 제 초심을 잃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글지마' 작가님은 이미 5권의 책을 출간한 분입니다. 이런 분을 감히 어찌 저 같은 사람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나 작품을 향한 그 마음은 충분히 공감이 되는 글이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아리기도 했고, 모종의 감동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특히, 뒷부분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는 저에게도 많이 공감이 된 부분들이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제대로 된 소설 입문 과정이나 강의 없이 야전에서 굴러가며 익힌 그 생생한 체험담은 소설을 쓰려는 사람들에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나만의 루틴이 있는 사람은 꽉 막힌 벽창호가 아니라 지켜야 할 신념이 있는 사람이다. 유흥의 재미보다 건강한 삶, 반복되는 루틴에서 비롯되는 행복을 아는 사람이다.


이제는 주변의 시선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많이 넉넉해지긴 했습니다만, 특히 이 부분은 본 책에서 제가 가장 많은 위안을 얻은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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