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무엇에 대해서 쓸까, 하는 생각에 다시 빠져 듭니다. 어제 그랬던 것처럼 오늘 아침에도 예외는 없습니다. 이런 걸 두고 한결같다고 해야 할까요? 하루도 어김없이 매일 아침마다 같은 고민이 반복됩니다. 뭐, 그렇다고 해도 별다른 걱정을 하진 않습니다. 어떻게든 한 편의 글을 쓰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습니다. 이 힘겹고 지난한 일을 하기로 한 이상 즐겁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니까요.
밑천이 떨어진 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사람이 무슨 샘물처럼 매번 아이디어가 솟아날 리가 없습니다. 쓸 게 있을 때면 제목부터 거창하게 적어놓고 글을 시작합니다. 약간 과장하자면 그럴 때는 마치 손에 날개라도 돋친 듯 자판 위를 날아다닙니다. 반면에 지금처럼 딱히 쓸 만한 게 없는 날이면 제 글쓰기는 장기 레이스에 돌입합니다.
장기 레이스에선 빨리 달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속도는 느리더라도 끝까지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목표 따위는 없어도 됩니다. 굳이 밝혀야 한다면 한 편의 글로 완결하기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1등이 목표가 아니라 완주에 의미를 둘 뿐입니다. 꾸역꾸역 그렇게 글을 써서 뭐 하냐고 묻는다면 저에겐 이런 대답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자체가 글쓰기 연습이라고 말입니다. 어떤 상황에 놓이든 쓰기로 마음먹은 건 쓰고 말겠다는 고집에 다름 아닌 것이겠습니다. 바로 이 고집이 있어야 누가 뭐라고 하든 글을 써 나갈 수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잘 쓰건 못 쓰건 간에 글이라는 건 제 자신이 쓰는 것입니다. 낱글자 하나하나, 심지어 문장부호까지 제가 자리를 지정해 줘야 자기 위치를 찾아가게 되는 게 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글을 쓸 때마다 신이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살아가면서 그 어느 것 하나 제 뜻대로 안 되지만, 적어도 글쓰기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니까요.
글을 대하는 저의 마음가짐은 늘 같습니다. 확실한 글감이 있으면 마음껏 쓰고, 없을 때에도 어떻게든 쓴다는 것입니다. 늘 글감이 떠오르기를 기대할 순 없습니다. 뻔한 소리겠으나 소재가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면 하루에 한 편은 고사하고 일주일에 한두 편 쓰기도 여의치 않을 겁니다.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붓을 꺾지 않는 이상은 늘 붓을 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겠습니다.
글이란 건 그런 것 같습니다. 한 달이라는 기간을 통틀어 생각해도 글이 잘 풀리는 날은 며칠 되지 않습니다. 안 풀린다고 오늘 하루를 쓰지 않으면 그다음 날도 쓰기 싫은 이유나 쓰지 못할 이유가 생기는 게 바로 글쓰기입니다. 세상엔 글쓰기 말고도 재미난 게 얼마든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