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Jun 12. 2024

유혹

138일 차.

그럴 때가 꼭 있습니다. 예를 들어 휴일에 모처럼 아주 일찍 일어나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에 잠시 다녀오면 그 순간에 큰 유혹 하나가 생깁니다. 몸이 제게 말을 걸어오곤 합니다. 오늘 출근하지 않는 날이니 얼른 누워서 조금만 더 자라고 말입니다. 마치 저의 몸은 어떻게 해서든 이 녀석을 다시 재워야 한다는 듯 한동안 저를 꼬드깁니다. 거기에 본능까지 가세하고 마는데, 대체로 그렇게 해서 잠깐 잘까 하고 눕게 되면 그 잠깐이 이내 몇 시간이 되어 버립니다. 어느 정도 피로는 풀렸다고 해도 그 유혹에 굴복한 뒤엔 늘 후회가 뒤따릅니다. 그렇게 허비한 몇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평일은 그런 유혹이 와도 단칼에 뿌리칠 수 있어서 별다른 걱정을 하진 않습니다. 출근해야 하니까요. 문제는 휴일입니다. 표면적으론 조금 더 잠을 청한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는 날입니다. 심지어 평일의 부족한 잠을 이 기회에 보충해야 하지 않냐는 꽤 그럴싸한 명분까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때부턴 저와 제 자신과의 전면전이 시작됩니다. 적지 않은 경우에 저는 제 자신에게 굴복하며 지내 왔습니다.


사실 아침 일찍 일어나 움직이면 휴일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다는 것도, 생활 습관이나 리듬상 다시 눕는 게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란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안다고 해서 아는 대로 몸이 움직여 주진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이 딱 그랬습니다. 어제 공개 수업이 있어서 요 며칠 잠을 조금 덜 잔 탓도 있습니다. 또 한 며칠은 새로운 소설의 스토리를 구상한답시고 자료 조사라는 그럴듯한 구실을 대며 더 늦게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어제만 해도 1시 반이 훌쩍 넘는 걸 보고 잠이 들었습니다. 5시 55분, 출근 안 하냐는 아내의 말에 화들짝 놀라 눈을 떴으니 4시간 남짓 잔 셈입니다. 지하철 좌석에 기대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약간의 틈만 생기면 눈을 감고 있는 이유입니다.


마음 같아선 체면이고 뭐고를 떠나 지하철 승강장 벤치에라도 드러눕고 싶은 기분입니다. 한잠 달게 자고 나서 하루를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만 가득합니다. 어디까지나 마음만 그러하니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에게 딱 정해진 일일 취침 시간이라는 건 없을 듯합니다. 사람마다 건강 상태나 몸의 최적 컨디션 등이 다를 테니까요. 대략 7~8시간은 자야 좋다는 건 저 역시 모를 리 없습니다만, 아직도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심 탓인지 일찍 잠자리에 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잠을 아끼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도 막연히 알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잠만 자는 신생아처럼 살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슬슬 잠의 여운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하루를 보내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점심시간이 고비입니다. 순간순간 쏟아지는 잠을 참아가며 이 긴 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어디 가서 수면 안대라도 하나 사야 할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아침 같은 고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