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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n 10. 2024

정년퇴직 후의 삶

136일 차.

나흘 간의 연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습니다. 이내 다시 월요일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차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아마도 잠시 후 사람들을 만나면 죄다 우거지상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 꿀맛 같은 휴식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저는 이번에 쉬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직 10년 정도가 남긴 했는데, 나중에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 그때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를 말입니다. 일전에 누군가가 제게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전 별 뜻 없이 대답했습니다. 낮에는 공공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고, 밤엔 조용히 집에서 쉴 거라고 말입니다. 저의 대답을 들은 상대방은 그러냐고 했는데, 마치 당신이 무슨 작가라도 되느냐는 듯한 눈빛을 보였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되풀이되니 이젠 저도 그리 진지하게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직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차차 찾아봐야죠, 하며 얼버무리곤 합니다.


사실 지금 이 시점에서 정년퇴직하고 난 후의 삶을 상상하기가 쉽진 않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모르는 바 아니나, 어디까지나 그건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입니다. 현실로 다가오지 않은 삶의 변화에 대한 생각은 지금으로선 그저 상상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심지어 어쩌면 공상에 가까운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앞서 퇴직한 어떤 선생님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생각만큼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더라고 했습니다. 일찍 일어나든 늦게 일어나든 갈 데가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다고 했습니다. 이젠 그 어딜 가더라도 자기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더라고 했습니다. 하긴 35년 동안 몸담아 온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실직 아닌 실직을 한 듯한 그 느낌을 어찌 알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건 직접 경험해 보지 많고는 알 수 없는 건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퇴직한 후부터 3년 간이 고비입니다. 연금 수급이 3년 후인 만 65세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3년 동안은 아무 수입 없이 살아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돈이라는 게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돈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만약 그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퇴직한 뒤에도 어디든 가서 기간제로 근무해야 할 형편입니다. 세상의 변화를 감안한다면 그 나이에 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는 건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 무슨 입버릇처럼 이젠 100세 시대를 논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사실 35년의 세월 동안 한 직장에서 근무했다면 편히 여생을 보내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한창때 열심히 벌었으니 힘이 떨어진 그즈음엔 인생의 제2막을 설계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길어진 수명으로 인해 늘어만 가는 노년의 시간이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직장도 없이 집에서 30년 가까운 세월을 빈둥거려야 한다는 결론이 됩니다. 나가서든 들어가서든 하루아침에 찬밥 신세가 되는 것입니다.


이제 딱 10년 남았습니다. 앞으로 뭘 하면서 먹고살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계획을 갖고 변화된 미래를 대처할 수 있을지 고심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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