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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n 14. 2024

저 단단한 생명력

#1.

아침 출근길에 늘 가던 길이 아닌 반대편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기차도 평소 타던 시간대의 앞의 것을 탔고, 버스 또한 30분이나 일찍 탔으니, 출근 시각은 넉넉했습니다. 특별히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왜, 그런 날 있지 않습니까? 원래 가던 저쪽이 아닌, 오늘은 저쪽으로 가보면 뭔가 생각지도 못한 것을 볼 것만 같은 그런 기분 말입니다.


아마도 요 녀석을 보려고 그랬던 모양입니다. 아침부터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바삐 발걸음을 옮기던 중이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넉넉해도 그늘이라고는 하나 없는 학교 주변의 지형을 감안하면 얼른 교정 안으로 들어가는 게 상책이었습니다. 얼핏 발걸음이 지나칠 찰나에 시선을 잡아 끄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바쁜 건 알지만 한 번 보고 가라는 듯 손짓을 하는 녀석을 보며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잘 가꾸어진 정원 속에 예쁘게 핀 꽃이 아니었습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죄다 맞고 가끔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담뱃불이라도 던지면 그 뜨거움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을 겁니다. 그것뿐이겠습니까? 쓰레기 투척이나 노상 방뇨에도 꿋꿋하게 버텨냈을 겁니다. 게다가 사진에서 보이듯 멀쩡한 꽃들과 잡초들 위로 컨테이너가 한 칸 놓여 있습니다. 저 무지막지한 무게에 짓눌리면서도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저 녀석을 보면서 저는,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저 강인하고 단단한 생명력을 못내 부러웠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는 있으나 부끄럽게도 식물에는 거의 문외한에 가까운 저인지라 보자마자 이름은 알 수 없었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이름이 '금계국'이더군요. 아, 물론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고작 그런 이름 따위가 무엇이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저런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자라고 있는 꽃이 있다는 것과, 그 꽃을 때마침 출근길에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잘 손질된 꽃은 아니었지만, 주변의 많은 꽃들과 어우러져 장관을 펼치던 꽃은 아니었지만, 그 어떤 꽃보다도 제겐 아름답게 보인 꽃이었습니다. 아마도, 틈날 때마다 자주 저 녀석을 보러 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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