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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n 16. 2024

하늘은 저리도 맑은데 내 마음은…….

#2.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 시인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분의 시를 읽을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과연 저는 그렇게 살고 있느냐고, 아니면 적어도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느냐고 말입니다. 당연히 이에 대한 대답은 단연코 '아니요'가 될 것입니다. 그럴 때면 위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솔직히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기는 극히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흠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결점이나 약점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게다가 세상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많은 문명의 이기가 보장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지만, 정신만은 100여 년 전 보다 훨씬 더 허약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아니던가요? 넘치는 것은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고 하더니, 딱 그 말이 맞는 말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우린 늘 어딘가에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형편입니다.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일설에 태양은 정면으로 바라보는 아니라고 하지요. 아주 어릴 때 햇빛을 정면으로 오랫동안 쳐다보면 눈이 먼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눈이 머나 보자고 하며 햇빛을 몇 초간 응시했다가, 진짜 눈이 멀까 싶어 겁이 나 얼른 고개를 떨어뜨리곤 했던 기억도 났습니다. 물론 그건 아이들이 지나치게 햇빛을 오래 보지 못하게 하려는 어른의 으름장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햇빛을 오래 바라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빨리 늙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건 지속적으로 자외선에 피부가 노출되면 단백질이 손상되고, 단백질의 손상은 피부의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주름을 생성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외선 차단제인 선크림을 발라야 한다는 말들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선크림을 전혀 바르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차도 없이 대중교통으로 매번 움직이고, 1~2km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다니고 합니다. 누가 봐도 용감할 정도로 무식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건 용감해서가 아니라, 선크림을 바르는 게 귀찮은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뭔가를 바르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땀이 나는 제 체질 때문입니다. 아무튼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꽤 용감하게 공공도서관 앞 뜰에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저절로 입에서 한 마디가 터져 나옵니다.

"야! 머리 벗어지겠다."

안 그래도 원형탈모증이 약간 진행되고 있는 형편입니다만, 이것저것 다 신경 쓴다면 사람은 그저 집에만 붙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그것보다도 아무리 내리쬐는 햇빛이 강렬해도 하늘 정도는 한 번쯤 올려다보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다들 바쁘다, 바쁘다를 입에 단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분주히 뛰어다니지만, 정작 옆에서 보면 그가 도대체 뭘 하고 돌아다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물론 저 역시 누군가에게는 제가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바빠 죽겠다고 말은 하는데, 전혀 바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말입니다.


'백수가 과로사한다'

최근에 들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말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기야 하겠습니까마는 이 말은 제 주변에 있던 누군가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그분의 말에 따르면 일을 하던 때에는 하루하루가 그리도 지겹게 흐르는 것 같았는데, 막상 집에서 쉬고 나서부터는 뭘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시간이 가더라고 했습니다. 시간이 쏜살같이 그렇게 가니, 아무것도 안 해도 덩달아 바빠지더라는 것입니다.


이젠 바야흐로 백수가 과로사할 정도로 바쁜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바쁜 건 알지만 웬만하면 자기 한 번 쳐다봐 달라고 저렇게 강렬하게 빛을 쏘아 보내는 건지도 모르니까요.


사진 출처: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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