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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n 15. 2024

빌어먹을 놈의 비

2024년 6월 15일 토요일, 비


이 빌어먹을 놈의 비가 또 오고 있다. 어째 며칠 안 오나 했다. 오후 2시 무렵,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 가려고 집을 나서려던 참이었다. 혹시나 해서 식구에게 물었더니 오후 4시부터 비 온다는 예보가 있더라고 했다. 반납일은 내일이지만 내친김에 몇 권 반납하고 이번엔 소설책 몇 권을 빌려올까 생각했다. 4시부터라면 두 시간은 남았으니 서두르면 비는 안 만날 것 같아 얼른 집을 나섰다.


신나게 지하철 역으로 향하던 도중에 오른쪽 손등에 한 방울의 물이 툭, 하고 떨어졌다. 주변에 건물이라고는 없던 자리였으니 누군가가 튀긴 물도 아니었다. 빌어먹을, 4시부터라고 하더니 벌써 시작된 모양이었다. 그대로 도서관으로 향하기엔 고민을 해야 했다. 지하철 타고 가서 내린 뒤에 10여 분을 인파를 뚫고 가야 하는 길이다. 그 혼잡한 동성로를 관통해야 하는 데다 등에는 반납할 책과 노트북 장비까지, 게다가 한 손엔 우산까지 들어야 하는 상황이니 입에선 욕이 절로 나왔다.


한 1분쯤 고민했던 것 같다. 발길은 여지없이 이십여 미터 떨어져 있는 파스쿠찌로 향했다. 맞다. 쏟아붓는 비도 아니었다. 감질이 날 정도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비, 아무튼 비라면 질색이다. 파스쿠찌에 들어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 편을 쓰고 밖으로 나가 보니 여전히 하늘은 그러고 있다. 이왕 오는 거 시원하게 쏟아붓든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질질 끄느니 차라리 한바탕 쏟아 내리고 그치는 게 더 나으니까 말이다.


아마 다섯 시쯤 파스쿠찌에서 나온 것 같다. 거의 세 시간 동안 찔끔찔끔 비가 왔다. 우산을 쓰는 것도 그렇고 안 쓰자니 그 내리는 한 방울이 모여 옷이 젖고……. 누군가는 막걸리 한 잔에 파전이 생각나서 좋다고 하고, 또 어느 누군가는 운치 있어서 좋다고 하지만, 정말이지 비 내리는 날은 속에서부터 열불이 난다. 하늘이 하는 일을 내가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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