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혹은 다양한 책들을 읽다 보면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만나곤 합니다. 우리가 어떤 활동을 하든 그 활동 이력에 대한 것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긴 합니다. 사실 지금 제가 하는 이 말도 하나 마나 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록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있을 수 있겠으나, 적어도 이 말에 수긍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문득 이런 문제점에 봉착하곤 합니다. 기록이 좋다는 것도 알겠고, 중요성도 알겠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기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대략 십오 년 전쯤이었을 겁니다. 무작정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뭘 하면서 살면 좋을까, 하고 꽤 긴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정말 단순하게도 제가 내린 해결책은 '그렇다면 나도 어디 책 1000권을 읽어보자!'였습니다. 물론 그전에도 제가 책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못 해도 1년에 최소 50여 권 정도는 읽었던 때였으니까요. 다른 목표는 없었습니다. 그냥 막 집히는 대로 읽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사서도 읽고 공공도서관에도 최소한 2주일에 한 번씩은 가서 책을 빌려 왔습니다.
8년 2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1000권을 드디어 완독하고 며칠 생각해 봤습니다. 일단 어떤 것을 목표로 했을 때 저도 하니까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과 나름의 성취감을 느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반면에 그 미션을 완수하고 나서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우선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라는 사람이 참 무지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 권 한 권 카운팅 할 때마다 그 기간 동안 느꼈던 성취감도 다 부질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1000권 읽기를 달성한 뒤부터는 한 권의 책을 읽어도 일일이 세어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다시 독서한 이력을 기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왕 브런치스토리에서 글을 쓰고 있으니, 책 읽기와 관련한 매거진을 하나 만들어 거기에 차곡차곡 쌓아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무래도 부담스럽더군요. 글의 길이나 형태 따위야 제 자유이긴 하나, 책 소개해 놓고 달랑 몇 줄 멘트를 달기엔 너무 성의 없어 보인다고나 할까요? 그렇다고 마치 리뷰처럼 거창하게 한 편을 쓰려니 이건 더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책과 관련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모를까, 리뷰 한 편을 쓸 시간에 오히려 책을 몇십 페이지 더 읽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간단한 목록표를 만들어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양식에서처럼 책 제목, 저자, 출판사, 평점, 한 줄 평, 그리고 서지 분류 등을 남길 수 있는 양식을 만들어서 기록하는 것입니다. 한 권의 책을 읽은 뒤 잠시 머리 식힌다고 생각하면 이 정도는 전혀 부담이 가지 않는 일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그다지 끌리진 않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냥 읽었다는 걸 확인하는 것 그 이상 혹은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겠습니다.
과연 어떤 방법을 쓰면 가장 효과적으로 책을 읽은 기록을 남겨둘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