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 쉰두 번째 글: 세상 어디에나 있는 빅브라더
브런치스토리 앱을 깔아 두면 이웃 작가님의 새 글이 올라오거나 제 글에 대한 라이킷이나 댓글이 달리면 알람이 옵니다. 어쩌면 꽤 괜찮은 기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있던 중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알람 하나를 보고 어리둥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대략 열흘 전에 '정년퇴직 후의 삶'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이 무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다는 알람이었습니다. 물론 그 정도는 저 역시 알고 있습니다. 제 글을 클릭한 건 1000명이라고 해도 그들 모두가 제 글을 읽은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어쩌면 그중의 10%도 안 되는 사람이 읽었을까 말까일 것이라는 걸 말입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이건 저에게 꽤 놀라운 소식이기도 했습니다. 그 글이 잘 썼다 혹은 못 썼다를 얘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시 한번 제가 그 글을 열어 읽어봐도, 솔직히 그럴 만한 이유가 전혀 없는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글이었습니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네, 하며 웃어넘기고 말았습니다. 아, 이런 게 미디어 세상이구나, 이런 게 초고속 정보화사회구나, 하는 인식 정도만 하며 가볍게 지나쳤습니다. 그러면서 그 글을 다시 한번 더 읽어 봤습니다. 역시 별 거 없는 글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읽은 사람에게 오히려 미안해질 정도의 글이었다고나 할까요?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에 몇 편이라도 더 글을 쓰고 가야겠다 생각하고는 열심히 달리던 중에 또 한 번의 알람이 도착했습니다. 설마 하며 열었는데, 이번에는 더 어리둥절했습니다.
거의 7시간 반에 조회수가 7000건이 더 쌓였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냥 괜스레 헛웃음이 났습니다. 이 별 것도 아닌 글에, 게다가 그 짧은 시간에, 제가 생각했을 때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조회수가 쌓이는 것을 보며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젠 사람의 말과 행동이 삽시간에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세상이 되어 버렸고, 그 언행의 정도에 따라 멀쩡한 사람 하나 정도는 충분히 생매장시키는 것도 가능한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냥 글이었으니 망정이지 예를 들어 제가 어딜 가다가 용변이 너무 급해 길거리에 노상방뇨한 영상이 찍혔다고 가정해 보았습니다. 그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문득 무서워집니다. 조지 오웰의 『1984』의 빅브라더가 순간 떠올랐다면 저의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요?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