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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18. 2023

매일 글쓰기

열두 번째 글: 나의 글쓰기 다섯 가지 원칙

네이버 블로그에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한 편의 글을 써왔다. 일명 '하루 1편 1000일 글쓰기', 100일만 꼬박 써보자 다짐한 뒤, 1차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욕심이 생겨 목표를 상향조정했다. 조금은 거만한 생각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 100일도 했는데, 까짓것 1000일이라고 못할까?

어쨌거나 오늘로써 벌써 139번째 글을 썼다. 아니다, 이제 겨우 139번째 글이니 아직 861번이나 더 써야 한다. 처음 시작한 때를 생각하면 이래저래 여기까지 끌고 왔다는 것만 해도 가히 기특하다 아니할 수 없다. 다른 한편에서 생각해 본다면 겨우 1000번 중의 139번째니 뭐 그리 호들갑을 떨 만한 것도 아닌 것이다. 이렇게 되면 1000편의 글쓰기를 다짐한 건 기특한 차원을 넘어서 무모함의 극치일 수도 있을 테다.




매일 아침 6시 10분쯤 출근길의 지하철을 타면 네이버 블로그에 제일 먼저 접속한다. 앱이 열림과 동시에 오늘은 무엇에 대해 쓸까, 하는 고민을 한다. 운이 좋은 날은 글감이 바로 떠오르지만 대체로 짧게는 3분 이내에, 길면 5분 정도 소요된다. 일단 나의 글쓰기 제1원칙은 글감 찾는 데 5분 이상을 소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굳이 최장 5분이라고 못 박은 건 아니지만, 예전에 소설 쓸 때를 떠올려 보면 5분을 넘어가니 쓰고 싶다는 생각보단 쓸 수 없는 이유가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은 이것, 내일은 저것 등 앞으로의 글감을 어딘가에 미리 적어두지도 않는다. 그냥 그때그때 닥치는 대로 쓴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글의 완성도나 작품성 등은 가급적 따지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내 글쓰기의 제2원칙이다. 물론 이렇게 쓰는 버릇이 고착화되어 버려 나중에 고치려 해도 그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가 들기도 하지만, 일단 지금으로선 최대한 많은 글을 쓰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굳이 이 점에 개의치 않으려 한다. 더군다나 개인적으로는 글감이 생각났을 때 곧장 글을 쓰는 게 내겐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가 주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조금이라도 파닥거리는 그 생동감을 느끼려면 글감이 떠오르자마자 바로 쓰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스마트폰에서의 글자 쳐 넣기도 많이 수월해졌다. 어차피 나는 죽다 깨어나도 맞은편에 앉은 저 여자처럼 두 손이 폰 위를 날아다니며 글자를 쳐 넣지는 못한다. 이럴 때에는 흔히 장족의 발전이라는 표현을 쓴다. 저 여자처럼 속도감 있게 치진 못하지만, 그래도 첫 글을 올릴 때를 떠올려 보면 비록 한 손가락이긴 하나 지금은 나 역시 폰 위를 뛰어다니는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가끔 신나게 손가락이 폰 위를 뛰어다니다 보면 멈춰질 때가 있다. 내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더 이상 다음의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 자리가 어디든 서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여기저기 헤매다 보면 글의 방향을 잃고 만다. 잠시 숨을 돌리고 가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전혀 성격이 다를 수 있는 문장들로 글을 써 나간다. 막혔다고 했는데, 어떻게 써 나가냐고 물을 것이다. 앞에서 쓰던 부분에 이어 글을 쓴다는 뜻이 아니다. 잠시 괄호부터 쳐 놓고 바로 글이 막힌 그 시점에서 다시 글을 시작한다는 말이다. 왜 글이 써지지 않는지, 지금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생각하고 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 내 주변에 보이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앞에 썼던 글과 전혀 다른 성격의 글이 전개되더라도 글이 막힌 그 시점에서 다시 글을 써 나가는 것, 이것이 내 글쓰기의 제3원칙이다. 그러고 나서 다시 돌아와 원래 썼던 글에 이어 써 나가면 된다. 만약 이렇게 했는데도 기어이 돌아가지질 않는다면 그때의 그 글은 나와는 인연이 없는 글이 되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난 플롯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솔직히 시점의 미묘한 차이도 알아채지 못한다. 그만큼 안목이 없다는 뜻이겠지만, 난 글을 쓸 때 문학적인 소양에 의존하지 않으려 한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쓰고 있다는 말이다. 당분간은 이마가 깨져 피가 날 것이고, 피가 난 자리에 딱지가 앉게 되고, 그러다 또 피가 나고, 또 딱지가 앉고……. 언젠가는 이마가 단단해져 웬만한 박치기로는 끄떡도 없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때까지 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글을 쓰려 한다. 이것이 바로 내 글쓰기의 제4원칙인 닥치고 쓰기이다.


매일 글쓰기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 쓴다고 해서 그 흔한 칭찬하는 이 없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안 썼다고 해서 욕할 사람 역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매일 뭔가에 쫓기듯 글을 한 편씩 써서 올린다. 쫓기듯, 이라고 표현해 놓고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쫓긴다고 하면 우선 어딘지 모르게 조급하거나 불안해야 할 텐데 마음은 그저 평온할 뿐이다. 단지 쓰는 게 좋을 뿐이다. 하루하루 뭔가를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고 행복할 뿐이다. 이것이 바로 내 글쓰기의 제5원칙, (짧은 한 편의 글이라도)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이다.




존경하는 은사님이 내게 그런 말씀을 하셨다. 작가가 달리 있는 건 아니라고, 오늘 아침에 고민하고 생각해서 한 편의 글을 썼다면 바로 그 사람이 작가라고 말이다. 어쩌면 이 단순한 하나의 반복 작업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행위라면 가장 환상적인 기상 미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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