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Jun 20. 2024

아랫니 임플란트

2024년 6월 20일 목요일, 맑음


작년 연말에 아랫니 4개를 발치했다. 물론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만큼 기술이 좋아졌다는 증거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임플란트 치아는 아직 심지 않았으니 구경도 못해봤다. 정작 몇 달에 걸쳐 말썽을 부린 건 인공 보조 치아였다.


몇 년 전 윗니를 시술할 때는 몰랐다. 그냥 끼워만 놓으면 어지간해서는 흔들리거나 빠지는 일이 없었다. 입안에서 혀를 움직이거나 음식을 씹을 때에도 불편함이라고는 없었다. 그런데 아랫니는 차원이 달랐다. 혀가 움직이는 일이 있을 때마다 혀가 치아를 밀어 올렸다. 양치를 할 때도 그랬고, 심지어 밥을 먹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먹다 보면 음식과 함께 보조 치아를 씹게 된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윗니를 시술할 때보다 아랫니에 보조 치아를 착용하는 기간이 더 길었다.


앓던 이 빠지듯 속이 시원하다는 말이 오늘 같을 때에 딱 어울릴 것 같다. 거의 6개월 넘게 착용한 보조 치아를 오늘 드디어 제거한다. 그러고는 임플란트 치아를 그 자리에 이식한다. 한동안 귀를 간지럽히는 드릴 소리, 입속을 드나들며 있는 대로 속을 헤집어 놓을 기구들은 잠시만 참으면 된다.


웬만한 성인들도 모두가 꺼려하는 치과, 갈 때마다 두려움이 사람을 안절부절못하게 한다. 일찍부터 치아 관리만 잘했다면, 하는 후회도 해 보지만, 이미 탈이 날 대로 나버린 지금에 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무튼 이 지긋지긋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보조치아로부터 오늘 해방이다. 거기에만 의미를 두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점점 떨어지는 입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