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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n 19. 2024

점점 떨어지는 입맛

2024년 6월 19일 수요일, 맑음


하루가 요즘 따라 참 길게 느껴진다. 어딜 가나 햇빛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온종일 뜨거운 직사광선을 맞다 보니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데도 더 지치는 느낌이 든다. 이럴 때에는 수분도 자주 보충해야 하고, 음식도 더 잘 먹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 폭염 속에서 입맛이 돋을 리 없다. 마치 죽지 못해 겨우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처럼 억지로 몇 숟가락 떠 보다가 이내 숟가락을 놓게 된다. 통 입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보양식이라고 해야 할까?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사는 게 아닌 이상 뭔가가 먹고 싶다고 해도 나 혼자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일단 식구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그 생각을 하니 무엇보다도 귀찮다는 생각부터 든다. 게다가 특별한 날도 아닌데 굳이 특별한 음식을 먹어야 하느냐고 되물어오면 대답이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시쳇말로 모양새도 빠지고, 먹고 싶었던 음식까지 못 먹게 되면 그야말로 말을 안 꺼내는 것만 못하게 되는 것인 셈이다.


그래, 맞다. 어쩌면 내겐 그림의 떡인지도 모른다. 그림의 떡은 당연히 먹을 수 있는 떡이 아니다. 그저 그림 위에 새겨진 기호일 뿐이다. 기호는 기호로서 만족해야 하는 것, 괜한 욕심을 부리는 건 옳지 않다. 이런 날씨에 먹을 만한 음식을 생각해 보니 우선 삼계탕이 떠오른다. 닭고기를 먹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러고 보니 삼계탕을 먹은 게 언제였던가 싶다. 이 더위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한 뚝배기 했으면 좋겠다. 어째, 이야기라도 한 번 꺼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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