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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n 24. 2024

150일 차.

살다 보면 우리가 하는 일은 대체로 세 가지 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듯합니다. 하기 싫은 일과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일 등이겠습니다. 일을 이렇게 나눠 생각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사람마다 기호도나 욕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먼저, 하기 싫은 일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합니다. 꼭 그런 건 아니겠지만, 보통 하기 싫은 일은 안 해도 되는 일보다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 경우가 많습니다.  달갑지 않은 누군가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 살아가는 동안 인간적인 예의나 도리를 다해야 하는 일, 그리고 가족 안에서 혹은 집안에서 자기의 역할에 따라 주어진 일을 하는 것 등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에 해당됩니다. 당연히 하기 싫은 일이기도 하고요. 편으로는 하기 싫은 일들 중의 대부분은 생계와 관련된 경우일 것입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출근하는 사람은 드물 테니까요.


다음은 하고 싶은 일입니다. 일단 이 일은 말에서 주는 어감부터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하고 싶은, 이라고 못을 박았으니 어지간해서는 질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하다 못해 하기 싫은 일로 뒤바뀔 가능성은 극히 희박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이런 일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은 하고 싶은 일들 중에는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아닌 일, 즉 안 해도 되는 일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나 드리마를 보더라도 시간이 되면 우린 출근해야 합니다. 또 자신이 늘 하고 있는 취미 활동에서 두드러진 발전을 이뤘다고 해도, 그래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여기에 쏟아붓고 싶어도 일의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하기 싫은 일이 먼저입니다. 만약 이 우선순위를 혼동한다면 생업에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일 중에는 자신에겐 좋지만 타인에게는 피해를 줄 만한 일, 즉 욕망이나 금기 행동에 관련된 일도 있다는 건 꼭 생각해 봐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의 심리라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 말라고 하거나 해선 안 된다고 하는 일은 더 하고 싶어 지기 마련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이도 저도 아닌 일을 생각해 봅니다. 네, 맞습니다. 가장 어정쩡한 일입니다. 제일 좋은 것은 이런 류에 속하는 일을 줄여 나가야, 아니 가능하다면 완벽하게 없애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일에는 별 다른 목적 없이 시간만 축내는 일, 즉 시간을 보내겠다는 의지 따위도 없이 사람들 속에 섞여 무의미한 농담을 주고받거나 무의식적으로 영상 매체를 들여다보고 있는 일 등이 있습니다.


우린 어쩔 수 없이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입니다. 굳이 비중으로 따진다고 해도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순간보다는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할 때가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 그렇다면 저의 글쓰기는 어디에 해당할까요? 지금은 분명히 하고 싶은 일에 속합니다. 우선순위에서는 하기 싫은 일, 즉 해야 하는 일에 밀릴 수밖에 없지만 말입니다.

매일 아침의 글쓰기도 언젠가는 제 손에서 떠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어느 순간에 이 일이 '이도 저도 아닌 일'이 되어 버린다면 아마도 전 언제 그랬냐는 듯 더는 글을 쓰지 않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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