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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n 25. 2024

마주친 순간 힘이 풀려

127.

오래전에 해체한 걸그룹이 있습니다.

당신은 웃겠지만

그날 나는 퍽 울적했습니다.

그들의 노래를 듣고

내 일상에 참 많은 위로를 받았답니다.


오늘은 무슨 바람에서인지

그들의 노래를 찾아들었습니다.

순간 코 끝이 찡했습니다.

누구든 그랬을 테지만

어쩌면 그리 사람을 헤집어 놓던지요.

지나가는 누가 볼까 싶어 얼른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아야 했습니다.


"마주친 순간 힘이 풀려 아이처럼 말도 못 하게 되고
뭔가 빠져나간 것 같아 어떡해 머리가 핑 돌아
찾던 이분의 일인가 봐 생각만 해도 웃음 짓고 멍하게 돼"


바로 이 부분 때문이었답니다.

첫 소절이 시작되자마자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더군요.

노랫말의 의미를 생각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낱말 하나하나가 날아와 가슴에 박히더군요.

그래서 난

노래가 끝날 때까지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 불러주고 싶었습니다.

여자 노래라 목소리는 안 맞겠지만

그 마음을 전할 자신은 있으니까요.


잠시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키패드로 손이 가다 멈췄습니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러고 있는 내가 안타까웠답니다.


다음 생엔 꼭

내 이분의 일이 되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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