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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n 21. 2024

듣고 있나요?

126.

늘 당신과 나는

예상치 한 곳에서 마주칩니다.

누군가는 그래서 더 좋지 않냐고 말합니다.

그 말도 틀린 건 아니지만 문제는,

당신을 만날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겁니다.

내리쬐는 햇빛에 땀은 범벅이 되어 있고

가끔 부는 바람에 머리는 헝클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무거운 백팩이 어깨를 잡아채 볼품없이 늘어질 때

당신과 늘 마주치곤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때마다 당신은 차 안에

그리고 난 길가에 서 있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나를 보는지 알 수 없지만

난 내내 열린 창문 틈새로 당신을 기웃거립니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당신도 아마 내 시선을 느낄 겁니다.


몇 마디 말이 오고 갑니다.

운전석에 앉은 당신에게 던진 말은 아니나,

당신이 듣고 있음을 니다.

대답은 없어도 내 말에 당신이 반응한다는 것도요.

당신이 아닌 엉뚱한 제3자와 나누는 대화이긴 해도

나는 마치

당신과 얘기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듭니다.


표현은 달리 해야 합니다.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말입니다.

그래도 분명 당신은 듣고 있을 겁니다.

보고 싶었다는 내 목소리를,

이렇게 마주쳐서 행복하다는 내 마음의 소리를


당신은

듣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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