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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n 27. 2024

조퇴한 날

2024년 6월 27일 목요일, 흐림


난 어지간해서는 조퇴를 하지 않는다. 물론 연가는 1년에 1번 정도 쓸까 말까 할 정도다. 당연히 교장 혹은 교감선생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러는 건 아니다. 그냥 그게 25년 간 몸에 밴 탓이다. 그런데 오늘 조퇴를 했다. 정시에  퇴근하면 저녁 7시까지 병원에 갈 수 있는데 어떤 일이 있어도 6시 반 전엔 와야 한다고 하니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요즘 선생님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필요한 경우엔 언제든 조퇴를 한다. 심지어 금요일 오후엔 절반 이상이 학교를 빠져나갈 때도 많다. 따지고 보면 수업을 다 끝내고 아이들까지 하교시킨 뒤라 뭐라고 할 계제는 못 된다. 그들이 종종 그런 말을 하곤 했다. 일찍 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은 일이라고 말이다.


역시 사람은 뭐든지 경험을 해봐야 아는 법이다. 본의 아니게 버스를 놓치고 말아 1시간 반 가량을 허비해 버린 꼴이지만, 그 덕에 누려 볼 수 없는 여유도 누릴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그나저나 기차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또 스멀스멀 걱정이 앞선다. 치과 진료, 해도 해도 적응이 안 된다. 친한 지인 중 한 사람이 그런 표현을 썼다. 치과 가는 날은 승모근에 잔뜩 힘을 주는 날이라고 말이다. 몇 번을 들어도 멋진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진료가 끝나고 집에 가면 늘 어까가 아팠던 모양이다. 오늘은 덜 아프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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