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 40분 조금 넘어 학교를 나섰다. 학교 구조상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에 내리면 교직원 주차장을 지나가야 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주말은 정시 퇴근 시각에서 20분 정도만 지나도 남아 있는 차량이 없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한때 이런 광고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 광고에서 적잖은 위로를 받은 걸로 알고 있다. 낮 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집에 갈 때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란 얘기였다. 그래도 뭔가 찜찜해하는 누군가에게, '너, 열심히 일했잖아. 그러니 어서 가!'라며 떠나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요즘은 남아서 일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소위 말하는 MZ 세대에 속하는 선생님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지금은 더더욱 그런 경향이 짙다.그래서인지 남아서 일을 하고 있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모자란 사람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남들 다 일할 때 넌 뭐 하고 굳이 남아서까지 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놈의 빌어먹을 말인 워라밸 영향이 컸다. 과연 지금 우리에게 워라밸이 가당키나 한 건가?
하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나는 낡아빠진 세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그들은 그들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가 믿는 대로 행동하면 될 일이다.
워라밸, 안 어울리는 옷을 입으려 하지 말자. 죽자고 일만 하는 건 아니지만, 내게 워라밸은 딴 세상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