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6월의 마지막 날이군요. 뭐 식상한 말을 또 한 마디 해야 하겠습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갔네요,라고 말입니다. 6월의 마지막 날이라고 하면 반드시 생각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몇 시간만 지나면 7월이라는 또 다른 달이 시작된다는 것이겠습니다. 7월은 완연한 여름의 한가운데로 접어드는 길목입니다. 더위도 기승을 부릴 테고, 지금 한창 시작하려는 장마도 한동안 이어질 것입니다. 게다가 올해에는 몇 개나 올지 몰라도 늘 그랬던 것처럼 태풍도 몇 차례 상륙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먹고 살아가는 저 같은 사람에게 7월은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시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대략 3주 절반 정도는 그런 리듬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7월 24일에 여름방학식을 하니, 그전까지는 사실 단 하루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긴 합니다.
일단 방학 전까지의 24일간은 1학기말 성적 사정으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가 있는 곳이 초등학교이다 보니 성적 사정의 결과가 아이들에게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혹은 막 떠오르는 대로 처리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별생각 없이 특정한 아이에게 어떤 문구를 던졌다가는 앞으로 그 아이에게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의 굴레가 씌워질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에, 이때가 되면 그야말로 신경은 날카롭게 곤두서게 됩니다.
게다가 이건 시대의 변화가 가져온 폐해일 수 있겠습니다만,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훨씬 많은 아이라도 결코 부정적인 멘트를 아이에게 부여할 수 없습니다. 1차적으로는 교장 및 교감선생님의 결재에서 걸러질 우려가 크지만, 정작 아이의 개선과 노력을 위해 선생님의 따끔한 조언이 나가더라도 곧장 민원으로 이어질 소지가 큽니다.
적어도 제가 학교에 다닐 때에만 해도 싸움을 일삼거나 아이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이기적인 태도가 문제가 되어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경우엔 이런 평어들이 가정으로 나갔습니다.
아이들과의 싸움이 잦고 고집이 세며 타인을 배려하지 않아 친구들이 싫어함.
만약 지금 같은 시대에 이런 식의 평어가 나간다면 해당 아이의 학부모에게서 민원이 들어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 학부모의 요구는 이런 식이 됩니다. 우리 아이가 집에서는 안 그런데, 혹시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잘못 보고 오해하신 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담임선생님이 본 대로 끝까지 밀어붙일 수 없습니다. 이 말은 어떻게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에 학부모가 일단 한 번 양보한다고 가정해도 그 학부모는 차후에 다른 일로 담임을 걸고넘어지게 마련입니다. 물론 그때에는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25년 간 옆에서 지켜보고 때로는 직접 겪은 일이기도 하니 아마도 웬만해서는 틀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가능하다면 좋은 말로 덧씌워져 나가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표현이 바뀐다는 말입니다.
친구들과 어울릴 때 의견 조율 과정에서 개성적인 모습이 엿보이고 자신이 세원 원리와 원칙으로 공동체 생활에 참여함.
관리자들도 성적 사정을 앞둔 담임선생님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의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어쨌건 간에 아이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 면을 부각해서 적어주라고 말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부정적인 말은 적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런 일과 관련해 민원 전화가 오면 그들도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입니다.
아, 예 어머님! 그 선생님이 아직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다시 한번 이야기할 테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실제로 제가 이런 말을 들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현직에 온 지 2년밖에 안 된 어떤 선생님이, 그 반의 아이를 있는 그대로 평가해 멘트를 적어 보낸 일이 있었습니다. 곧장 민원 전화가 왔지요. 이미 결재가 다 난 상황이었지만, 해당 담임선생님은 방학 중에 출근해서 그 아이의 성적 사정만 다시 해야 했고 또 한 번의 결재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이번에는 무탈하게 지나가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며 성적 사정 작업에 돌입하게 됩니다. 일단 방학이라는 시간을 앞두고는 있지만, 그전에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버티고 있는 7월입니다. 저는 현실적으로 그렇더군요. 방학 계획을 미리 세우지 않습니다. 저에겐 소중한 방학이긴 합니다만, 그런 일에 신경을 쏟을 여력이 없습니다. 일단은 이 산을 무사히 넘어야 저에게 방학이 주어지는 셈이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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