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요일, 맑음
2024년 6월, 이라고 썼다가 황급히 지웠다. 7월에 접어들고도 벌써 3일째인데, 아직도 6월의 그늘에서 못 벗어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늘 그런 생각을 했다. 하루하루는 약간 더디게 가는 느낌이 들지만, 그 하루들이 모인 일주일과 한 달은 무서울 정도로 빨리 간다고 말이다.
어제 성적 사정 연수를 받고는 바로 작업에 돌입했다. 꾸물거려 봤자 시간만 지체할 뿐 좋은 것도 없는 데다, 막상 펼쳐 놓고 앉아 있다고 해도 능률이 오르지 않는 날은 시간만 잡아먹기 때문이다. 할 만할 틈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닥치고 서둘러야 한다. 어찌 생각하면 성적 사정 작업은 글쓰기와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점에선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업이 본질적으로 글쓰기와 다른 점이 있다. 일반적인 창조 작업과는 달리 이 작업은 브레인 스토밍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딱 까놓고 말해서 어떤 아이에게는 어떤 말을 가져다 대도 손색이 없는 아이가 있지만, 반면에 아무리 적당한 문구를 어딘가에서 찾거나 생각해 내도 그 어디에도 해당이 안 되는 아이도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후자의 경우, 다른 아이들에 비해 몇 배의 시간이 더 든다. 마음먹은 것처럼 성적 작업을 빨리 할 수 없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국어 과목 평어를 입력하던 중에 한 아이 앞에서 멈췄다. 당연히 수업 태도가 좋지 않은 아이다. 제출한 과제도 잘하지 않는 것은 물론 평가 결과도 좋지 못하다. 교사의 최소한의 양심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 써 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하다. 아이의 발전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어 쓰라고 한다. 뭐, 가령 이런 식이다.
학습한 기본 개념을 반복해서 익히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학습성취도에 있어 점진적인 발전이 기대됨.
안 믿겠지만, 발전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아이들도 종종 있다. 그러면 뭐라고 적어줘야 할까?
아무래도 또 며칠 동안은 해결되지 않는 이 딜레마에 빠져 있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