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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04. 2024

화재 대피 훈련

2024년 7월 4일 목요일, 맑음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하늘이 맑다. 글쎄,  맑다는 말로 다 표현이 될지 모르겠다. 마치 하늘 아래 있는 생명체의 살갗을 다 태워버리기라도 작정한 것처럼 햇살이 내리쬐고 있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서 그런 건지 팔뚝에 내리 꽂히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 이런 날씨에 아까 2교시 때 난데없는 화재 대피 훈련을 실시했다. 관내 소방서에서 소방차까지 왔다. 소방서의 연중 실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후문이 들렸다. 대피해서 줄 서는 데 걸린 시간 5분, 훈련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갈 때 5분이 걸렸다. 남은 20여 분은 고스란히 운동장에 서 있어야 했다. 이 땡볕에 말이다.


운동장 한가운데에는 비워두고 가장자리 쪽으로 도열했다. 불 끄기 시범 및 살수차 물 쏘기 시범 때문이었다. 소방관의 불 끄기 시범 교육이 마이크로 진행되었다. 당연히 학생들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찌는 듯한 더위까지 가세했다. 소방관의 이론 설명이 있은 뒤 전교회장단 세 명의 대표 시범이 있었다. 세 명이 시범을 보이는 5분 동안 500여 명의 아이들은 땡볕에 서 있었다.


잠시 후 드디어 살수차가 물을 운동장으로 쏠 때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더위를 못 참은 아이들이 일제히 운동장으로 뛰어들어가고 말았다. 정말이지 자칫하면 안전사고가 일어날 뻔했다.


아무리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해도 참 비능률적인 방법으로 교육이 진행되는 걸 보면서 한소리 하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다. 만약 오늘 화재 대피 훈련만 없었다면 그나마 견딜 만한 하루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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