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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07. 2024

글을 쓰고 싶다.

2024년 7월 7일 일요일, 흐림


오늘은 일부러 하루 종일 농땡이를 피워 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아침부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누워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유튜브를 봤다거나 책을 읽지도 않았다. 일전에 읽었던 어떤 책에서 그런 구절을 본 기억이 났다. 우리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하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라면, 반면에 우리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릴 자유도 있다고 말이다. 아마도 그 구절에 기대어 하루를 그냥 보내기로 작정한 게 아니었을까?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가는 법 없다. 늘 어떤 일에 꽂혀서 틈만 나면 그 일을 하던 누군가는 아무리 그걸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다가도 막상 어떤 임계점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일에 다시 빠져들기 마련이다. 정확히 오늘 글을 쓰고 싶지 않았는지까지는 모르겠다. 다만 집안 청소를 한 뒤에 일단 샤워를 끝낸 뒤에 선풍기 강풍을 틀어놓고 마냥 누워 있었다. 멀뚱멀뚱 천장만 바라보았다. 차라리 밤하늘이었다면 몇몇 별이라도 볼 수 있었을 테지만, 단순한 패턴대로 몇 가지 무늬가 반복되는 천장을 바라보는 건 사실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아마 족히 두 시간은 넘게 그렇게 누워서 빈둥거렸을 것이다. 그 나른한 틈의 한가운데를 비집고 나오는 생각이 있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어쩌면 이 생각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그 긴 시간을 누워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방에 노트북을 챙겨 넣고 서둘러 집을 빠져나왔다. 늘 그랬던 것처럼 무슨 내용의 글을 쓸지, 몇 편의 글을 쓸지 따위에 대해선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저 쓸 수 있는 데까지 써 보는 것이다. 한 편만 썼다고 해서 너무 적게 썼으니 더 쓰라고 하는 이도 없고, 열 편 썼다고 해서 너무 많이 썼으니 그만 쓰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그게 어쩌면 내게 있어서 가장 좋은 점이 아닐까? 그리고…….


지금처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있는 이때를 즐기고 싶다. 뭐, 그럴 일이야 없을 테지만, 만약 어딘가에 원고를 보낸다거나 정식 작가가 되고 난 후의 글쓰기를 생각한다면 이건 어쩌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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