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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08. 2024

해도 해도 늘 새로운 일

2024년 7월 8일 월요일, 흐림


오늘은 특별한 일이 없었다. 늘 맞이하는 월요일, 한 주간의 시작 첫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저 평범한 월요일 중 하루였다. 학교에 출근해서 수업을 했고, 아이들을 보낸 뒤로는 남은 업무에 시간을 보냈다.


어떤 일이든 자기가 하지 않는 분야의 일은 대체로 쉬워 보이기 마련이다. 속칭 꿀 빤다고 하던가? 물론 내가 하는 일이 무척 어렵다거나 남들은 할 수 없는 어떤 일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겉으로 보면 거저먹는 것 같아도 모든 직업엔 그 나름의 애환이 있다는 걸 말하려는 것뿐이다.


아무래도 지금 업무라고 하면 성적 사정이 주가 될 것이다. 스물네 명의 특성에 따라 각각의 아이에게 그나마 잘 어울리는 말들을 입력해야 한다. 과목별 두 문장씩 들어가야 한다. 전담 수업을 뺀 일곱 개의 과목이니 대략 330여 개의 문장을 넣어야 한다. 사실 막 하려면 말 그대로 막 할 수도 있지만, 정말로 그 아이에게 최적화된 문장을 입력하려면 이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창의적 체험활동의 세 분야에서 각 두 문장, 이것만 해도 140여 개의 문장을 입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세 문장, 즉 70여 개의 문장이 필요하다. 세 가지 영역을 모두 합하면 족히 540여 개가 넘는 문장을 입력해야 한다.


그야말로 눈이 핑핑 돌지 않을 수 없다. 성적 사정 작업이 마무리될 때쯤이면 시쳇말로 거의 멘털이 나갈 정도가 된다. 다른 선생님들은 모르겠다. 나는 그랬다. 25년째 이 일에 몸담아 오고 있으니 이번 성적 사정 작업이 49번째 작업이지만, 어지간해선 적응이 되지 않는다. 글쎄, 할 때마다 새롭다고 해야 할까? 그건 사실 어쩔 수 없다. 성적 사정 작업에 대한 요령은 늘겠지만, 해마다 평가 대상이 바뀌니 늘 새로운 게 당연한 것이다.


아침부터 끝내주게 눅눅한 날씨다 보니 온몸이 축 늘어진 채 하루를 시작했다. 그 가운데 이 길고 지난한 작업에 돌입했다. 최종 공정의 95%를 끝냈다. 며칠 야근한 덕분이다. 뭐 할 수 없다. 일을 하려면 그만한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오늘의 할 일을 얼추 끝내고 이제 10분만 지나면 대구로 가는 기차를 타게 된다. 정말이지 오늘은 꽤 노곤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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