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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09. 2024

미소가 예쁜 그 아이

2024년 7월 9일 화요일, 비

오늘 성적 사정 작업을 마쳤다. 당초 제출 기한보다 사흘이나 빨리 마무리했다. 24년 반째 이 일을 반복해 오고 있는데, 성적 작업은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해야 그만큼 몸과 마음이 가볍다. 진학이나 학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초등학생 성적 사정 작업도 이 정도인데,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정말이지 이맘때면 혼이 나가지 않을까 싶다.

사실 성적 사정 작업은 속도전인지도 모른다. 탄력을 받기만 하면 생각보다도 더 빠른 시일에 완료할 수 있지만, 문제는 바로 그 속도에 있다. 어쩌면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탄력을 받는 법이다. 그렇게 보면 오늘쯤 슬슬 탄력을 붙여야 할 타이밍이었다.

이렇게 빨리 일을 마치게 된 건 순전히 한 아이 덕분이다. 올해 입학한 여학생인데 작년 제자의 동생인 아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괜히 그 아이를 보면 더 친근하게 인사하고 싶고, 장난도 걸고 싶어지곤 했다. 그런데 나를 볼 때마다 그 아이는 표정이 굳었다. 일단 주변의 지형지물이 있으면 몸을 숨기고, 여의치 않을 때에는 엄마 뒤에 숨곤 했다.

늘 궁금했다. 가끔은 거울을 보기도 했다. 어딜 가든 인상이 험악하다는 소리를 들어본 기억은 없는데, 내가 좀 그렇게 보였나 싶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바로 지난번부터 나를 보고 활짝 웃었다. 그땐 긴가민가했었다. 저러다가도 다음엔 또 표정이 굳어지겠거려니 했다. 우연찮게 오늘 그 아이를 다시 마주쳤을 때 그 아이는 활짝 웃었다. 지난번보다 더 환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참 단순하긴 단순한가 보았다. 그 아이의 미소 하나로 며칠째 설친 잠 때문에 쌓였던 피로도 다 날아가 버렸다. 이런 게 일종의 탄력이었다. 며칠째 해오던 성적도 끝내 버렸다. 벌써 다음의 만남이 기대되는 아이다. 다음엔 또 내게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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