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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10. 2024

대중교통 통근의 비애

2024년 7월 10일 수요일, 비


아침에 한바탕 그렇게 난리를 치르고 지각까지 하면서 출근했다. 1시간 반 가까이 늦다 보니 오늘 하루가 죄다 꼬이고 밀았다. 옆 반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아이들에게 애니메이션을 보게 했다. 허겁지겁 학교에 도착하니 한창 불이 붙어 보고 있던 아이들, 이제 그만 보고 수업하자는 말을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두 과목 빼고는 진도도 다 나간 상태인 데다, 남은 그 두 과목도 얼마 남아 있지 않아 부담감은 없었다.


아이들을 보내고 학기말 정리와 관련한 몇 가지 업무를 보고 나서 아침에 들었던 그 불길한 마음이 들어 코레일 앱을 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냥 무력감을 느껴야 했다.

지금 이 글을 쓰기 전인 오후 4시부터 코레일 앱의 열차 시각 조회창의 상태였다. 공지사항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 아침 8시부터 별도로 안내가 있기 전까지 전 열차의 운행을 중지한다고 말이다. 물론 모든 열차가 그런 건 아니다. 경부선 중에서는 대전-동대구 간의 일반열차만 해당되었다.


하필이면 이런 때에,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뭐, 어쩌겠는가? 기차를 운행하지 않는다는데 뭘 어쩔 도리가 없는 게 아닐까?


그냥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학교 건너편에 있는 커피 전문 매장에 가서 바닐라 라떼를 한 잔 마시고 왜관역에 나가볼 생각이다. 가서 조금만 기다려 보고 운행하는 기차가 있으면 타면 될 일이다. 만약 운행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타야 한다. 기차보다 시간이 두 배는 더 걸리고 더 혼잡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다.


대중교통 이용자의 비애랄까,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긴 해도 이럴 때에는 내가 괜히 사서 고생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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