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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09. 2024

모든 것이 좋으면 좋지만......

165일 차.

지하주차장을 통해 바깥으로 니오니 비가 마구 쏟아붓고 있는 중입니다. 뭐랄까요, 만남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아침부터 그다지 덥지 않으니 그건 반갑습니다만, 하루 온종일 한 손은 우산에 저당 잡힌 채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건 또 그대로 영 별로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올까 싶어서 하늘을 잠시 올려다봤습니다. 금세 그칠 비는 아닌 게 분명합니다. 아마 이 상태로 오늘 내내 퍼부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비가 와서 좋다고 하고, 아침부터 지하철 안에서 또 누군가는 '이런 날은 막걸리에 파전이 딱인데'라며 입맛을 다시기까지 합니다. 술은 못 하는 저로선 막걸리와 파전이 얼마나 궁합이 잘 맞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같은 걸 두고도 뭔가가 저렇게 금세 떠오르는 걸 보면 그는 비를 저만큼 싫어하진 않는 듯합니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우산을 돌려서 물을 빼고 지하철 역사 입구에 가져다 놓은 우산 물기 제거기에 몇 차례나 통과시키고는 돌돌 말아 발아래 두었습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입니다. 물기로 번들거리는 우산을 내려보고 있자니 슬슬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지하철 역까지 오는 동안에도 여기저기 고인 크고 작은 물웅덩이를 피해 다녔지만, 어느새 신발 안으로 물이 스며들어온 느낌마저 듭니다.


적어도 오늘 하루는 쾌적하게 보내기는 글러먹은 것 같습니다. 양 어깨에 어제부터 올라가 있는 코끼리는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자다 깨다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인지 지하철 좌석에 앉아 있는 내내 하품이 연발합니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또 우산을 펴 들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니 또 스멀스멀 화가 일어나려 합니다. 맞습니다. 화가 날 일은 아닙니다. 정말 화가 난다면 벌써 이 정도의 비에 물난리 피해를 입은 TV 뉴스 속에 나오는 저 이재민들이라야 할 것입니다.


이 빌어먹을 놈의 비가 언제까지 올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마음 같아선 이리 퍼붓다가도 기차에서 내릴 때쯤 그쳤으면 좋겠습니다만, 어지간해서는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왕 온 장마를 어찌할 도리는 없습니다. 가능하다면 하루라도 짧게 끝냈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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