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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08. 2024

출근길 지하철 안 풍경

164일 차.

다시 월요일입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늘 주말은 짧다는 게 또 한 번 증명이 된 셈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주말은 짧은 게 정상입니다. 그래 봤자 7일 중에 고작 이틀이니까요. 나머지 닷새보다 이 이틀에 무게를 더 두다 보니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생각해 보니 안 좋은 점 하나가 있고, 마찬가지로 좋은 점 또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월요일이 시작됨과 동시에 우리는 좋건 싫건 간에 한 주를 버텨내야 합니다. 조금 더 쉬고 싶은 마음에선 더없이 좋지 않은 소식인지도 모릅니다. 반면에 이 힘들 것 같은 닷새를 보내고 나면 다시 주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이에게도 영 죽으란 법은 없는 것입니다.


덜 반가운 월요일 이 아침에 기차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입니다. 아직은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빈자리가 드문드문 보입니다. 늘 그러했듯 눈을 뜨고 있는 사람은 죄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폰을 꺼내 들지 않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을 감은 채 좌석에 몸을 깊이 묻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지하철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출근길에 아는 사람과 같이 가는 경우는 드물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어느 누구 하나 옆 사람과 대화하는 이도 없습니다. 조용하기 그지없는 평온한 아침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책을 읽냐,라는 소리를 자주 듣곤 합니다. 그것도 전날의 피로가 가시지 않은 아침이라면 더더욱 찾아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그런 와중에 나이가 지긋한 한 남자분이 읽던 책 속에 손가락을 끼운 채 열차에 오릅니다. 무슨 책을 읽고 있나 싶어 흘깃 건네다 보지만, 하필이면 빳빳한 종이로 책에 표지를 해놓은 상태라 그가 어떤 책을 읽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하나의 편견일 수 있겠지만, 이런 공간에서 저렇게 책을 읽는 사람은 아마도 마음은 풍족하지 않을까, 하며 생각해 봅니다. 어지간한 마음가짐이 아니면 저러고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입니다. 보기만 해도 따분해 보이는 저 두꺼운 책을 읽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시 한번 제목이 궁금해집니다. 글밥이 비교적 많고 군데군데 큰 따옴표까지 있는 걸로 봐선 소설책으로 보입니다. 나이나 외양으로 봤을 때 무협 소설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무협 소설에 저렇게도 공을 들여 표지까지 씌운 이유도 궁금해집니다.


저 남자분을 보니 저 역시 가방 속에 넣어 둔 책을 꺼내어 읽고 싶어 집니다. 그러나 순서로 보자면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을 마무리하는 게 우선입니다. 얼른 끝을 맺고 난 뒤에 지난밤에 읽던 책을 마저 읽어야겠습니다.


11개의 역을 정차하고 나면, 또 18분의 시간이 지나면 저는 내려야 합니다. 뭔가를 하려고 해도 그다지 넉넉한 시간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눈을 감고 가기엔 아까운 시간입니다. 의미 없이 유튜브 영상으로 시간을 때우는 것도 마뜩지 않습니다. 제가 한 편의 글쓰기로 하루를 열어가는 이유입니다. 꼭 한 편을 다 못 써도 상관없습니다. 조금 있으면 다시 기차를 타야 합니다. 그때 가서  마무리하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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