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Jul 10. 2024

전쟁이 따로 없는…….

166일 차.

아무 생각 없이 지하철 역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시각이 6시 30분이었습니다. 뭔가가 께름칙한 기분이 들어 코레일 앱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7시 14분 기차를 타야 하는데, 9시 33분 전까지의 모든 기차가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앞이 캄캄했습니다. 어떻게 출근을 해야 하는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답이 안 나왔습니다.


그때 문득 제가 사는 곳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동학년 선생님 중의 한 분이 생각났습니다. 아침 일찍이긴 하지만, 제겐 거의 준 비상사태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정 안 되면 거짓말로라도 아프다고 핑계를 대고 하루 쉬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가는 게 너무 서글퍼서라도 그렇게 하루를 뭉개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연락이 닿았습니다. 7시 20분에 만나기로 하고 택시를 잡으려고 기다렸습니다. 비는 점점 더 굵어지고 있고, 제가 서 있는 자리마다 마치 택시가 비껴가는 듯했습니다. 이쪽에 서 있으면 저쪽으로만 택시가 지나가고, 저쪽으로 옮기면 이번엔 제가 원래 있던 곳으로만 택시가 다녔습니다. 그렇게 20분 정도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겨우 택시를 잡아 타고 동학년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크게 한 시름 던 것입니다. 가는 교통편이 해결되었으니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사실 그쯤에서 무사히 차를 타고 평소처럼 학교에 갔다고 한다면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을 겁니다.


정작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10분쯤 달려 어떤 구간에 이르렀을 때 차가 심하게 정체되고 있었습니다. 그 선생님 말로는 3년 동안 다니면서 단 한 번도 막힌 적이 없어서 막상 도착하면 질주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구간에서 정체를 빚고 있으니 몇 시에 도착할지 알 수 없습니다. 마치 귀경길이나 귀성길에 오른 차량들처럼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엉금엉금 기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8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원래 출근 거리로 따지면 1/3도 채 오지 않은 거리에서 시계는 벌써 8시 30분이 다 되어 있었습니다. 일단 교무실에 늦을 것 같다고 전화부터 했습니다. 가다가 서다가를 반복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꽤 오랜 시간 동안 정체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모퉁이를 돌면 시야가 가 닿는 저 끝까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차들의 행렬을 봐야 했습니다.


아마 15km 정도를 그렇게 움직인 것 같았습니다. 정체 구간 거의 후반부쯤 왔을 때 왜 그렇게 차가 막혔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도로 왼쪽편의 야산이 무너져 토사가 길 위에 흘러내린 탓이었습니다. 겨우 2개의 차선만 있는 도로에서 약 1.5km 정도를 그렇게 막아 놓았으니 차가 정체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정체 지점을 지나니 거짓말처럼 차는 일사불란하게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거기에서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거리를 25분 남짓 만에 도착했습니다. 8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무려 10시가 넘어서 출근을 하게 된 것입니다.


지역마다 강수량이 달라 뭐라고 단적으로 표현하긴 어렵겠으나, 고작 이 정도의 비에 이렇게 온 나라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전쟁이 따로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얼마나 더 이런 일이 반복되어야 할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것이 좋으면 좋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