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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12. 2024

이상한 사람

삼백 예순여덟 번째 글: 변해버린 세상

"학교 마치면 어디로 새지 말고 곧장 집으로 와."

"학원 가기 전까지 1시간 반이 남아서 학교 운동장에서 애들하고 놀기로 했는데."

"안 돼. 바로 집으로 와."

"왜?"

"요즘 길에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위험해."

"혼자 노는 것도 아닌데."

"그냥 오라면 바로 와."

약간의 각색은 있겠습니다만, 며칠 전 교문 앞에서 6학년 여학생과 그 부모가 나눈 대화입니다. 듣는 내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았습니다. 예전 같지 않게 발육이 남다른 요즘의 아이들, 더군다나 걔는 여자아이입니다. 저 역시 딸 가진 부모로서 공감이 가는 얘기였습니다. 뾰로통하게 학교로 들어가던 그 아이는 아마 부모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최근 들어 그런 경험을 하곤 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꽤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혼잣말을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듯 하는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띄고, 심지어 타인에게 더러는 위협적으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혼잣말을 하는 사람과 그걸 참지 못한 주변 사람 사이에 시비가 생기기도 합니다. 어쩌면 예전처럼 그들이 으레 그러려니 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용인하고 넘어가던 시대는 지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일단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눈에 초점이 없습니다. 분명히 저와 마주친 그 순간에도 저를 보는 것 같지 않습니다. 반면에 어떨 때에는 제 속 어딘가에 깊이 숨겨져 있을 또 다른 저를 골똘히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눈이 마주치면 어딘지 모르게 섬뜩하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이들 모두를 조현병을 앓는 사람이라고 몰아가는 건 상당한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조현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우려가 끊이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정신분열증으로 부르기도 했던 조현병은 흔히 10대 후반에서 20대의 연령에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실과 현실이 아닌 것을 구별하는 뇌 기능의 약화를 가져오는 이 질환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그리 희귀한 질환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10만 명의 사람들이 이 질환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하는데, 더 큰 문제는 등록이 되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은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타인에게 더 위협이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옛날처럼 그저 미친 사람이라거나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암적인 존재로만 인식하는 건 아니라고 해도, 체계적인 관리와 지속적인 치료보다는 감금에 버금가는 집단 수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감형을 목적으로 툭하면 자신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살아가기가 너무도 힘겹고 불길한 세상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가령 멀쩡하게 기차나 버스 혹은 지하철 안에서 근처에 앉아 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 저에게 흉기를 휘두른다고 해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이상한 사람이라며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문제겠지만, 저 역시 타인에게 같은 이유로 위협적이거나 기피하는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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