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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l 14. 2024

날씨와 사람

삼백 일흔 번째 글: 날씨가 이상해서 그런 걸까요?

오늘 같은 날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하나 났으면 좋겠습니다. 맑은 날씨도 아니고, 그렇다고 많은 양의 비를 퍼붓는 것도 아닌 날씨입니다. 이도 저도 아닌 참 애매한 날씨 속에서 하루를 관통하려니 만만치가 않습니다. 한참 전부터 비는 계속 내리는 중입니다. 아쉬운 건 비 올 때마다 늘 동반되곤 했던 바람이 오늘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정도 비면 우산 없이도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지만, 가방에 책이라도 들어 있다면 딱 좋을 만한 그런 날씨입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우산을 들고 다닙니다. 어딘가에 들어가면 우산의 물기를 털고, 둘둘 말아 똑딱이 버튼으로 우산을 고정합니다. 손에 묻은 물기는 청바지에 쓱 문질러 닦습니다. 그러고는 스마트폰을 꺼내어 쓰던 글을 다시 불러들입니다.


어디까지 썼더라, 하며 그때껏 써놓은 글을 다시 읽어봅니다. 글이 매끄럽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정신이 흩어져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밖은 비가 와서 정신이 사나운데, 묘한 건 실내에 모인 사람들도 다른 때보다 더 소란스럽다는 겁니다.


지하철 좌석에 앉아 조금 전까지 쓰던 글을 이어 갑니다. 제 왼쪽에 앉은 나이가 지긋한 여자분은 계속 팔꿈치로 저를 치고 있습니다. 물론 미안하단 표시나 눈빛 한 번 주지 않고요. 게다가 오른쪽에 앉은 역시 나이가 저보다 열 살은 더 많아 보이는 남자분은 습기로 눅눅해진 자신의 팔뚝이 제 팔에 닿는 것도 개의치 않습니다.


큰소리로 통화하는 매너 없는 여자분, 게임 소리가 맞은편에 앉은 사람에게까지 들릴 정도로 해놓고 정신을 팔고 있는 개념 없는 남자분, 그리고 몇 미터 떨어져 있는 경로석에서 한참 전부터 트로트 메들리를 틀어놓고 있는 정신 나간 남자분, 신경 안 쓰면 그만인 그들의 몰상식한 행동에 불길 같은 분노가 일어나려 합니다.


게디가 어떤 한 남자는 주변 사람들이 듣고 있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막말까지 쏟아냅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세상 말세라고 합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해외여행을 다녔다고 이렇게 무분별하게 해외로 쏘다니냐고 하는 겁니다. 어찌 보면 참 밑도 끝도 없는 막말입니다. 무슨 뉴스를 들은 것도 아니고, 대뜸 쏟아내는 그의 말에 사람들이 힐끗 쳐다봅니다. 아마도 그 역시 어딘가에서 국제선 이용객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보도를 본 모양입니다. 혼자 그렇게 투덜대는가 싶더니 마지막으로 한 말은 그야말로 가관이었습니다.

"몇 대라도 추락해서 몇 백 명 뒈져봐야 정신 차릴 텐가?"


저만 정상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이상한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저까지 이상해질 것 같은 눅눅한 오후를 보내고 있으려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저들도 어딜 가면 다 누구누구네 집의 귀한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고, 아들이고 딸일 텐데 왜 저러는 걸까요? 날씨가 이상하니 사람들까지 이상해지는 걸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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