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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2시간전

올바른 명칭

삼백 일흔세 번째 글: 이름은 바로 알고 써야......

소설은 소설이라고 부르며 소설을 쓰는 사람을 우린 소설가라고 지칭합니다. 착각해선 안 됩니다. 작가가 아닙니다. 또 시는 시라고 말하며 시를 쓰는 사람들을 두고 우린 시인이라고 부릅니다. 이 역시 혼동해선 안 됩니다. 소설가를 작가라고 부르는 건 알맞은 이름이 아니듯 시인에게 작가라는 호칭을 부여하는 것도 올바른 경우가 아닌 것입니다. 비싼 밥 먹고 무슨 하나 마나 한 말을 하고 있냐고 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왜 수필은 수필이라 하지 않고 에세이라고 말할까요? 왜 수필을 쓰는 사람은 수필가라 부르지 않고, 밑도 끝도 없이 에세이스트라고 지칭하는 게 당연한 게 되는 걸까요? 은근히 우리에게 깊이 뿌리 박혀 있는 문화사대주의적 근성 탓이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한 번이라도 문학개론을 들어본 사람은 알고 있을 겁니다. 문학의 4대 장르는 시, 소설, 수필, 그리고 희곡입니다. 시, 소설, 에세이, 그리고 희곡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기에서 말하는 에세이는 미셀러니와 함께 수필에 속하는 형식의 글을 말합니다.


원래 수필은 경수필과 중수필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경수필은 말 그대로 가볍게 쓸 수 있는 잡문 형식의 혹은 신변잡기적인 글을 말하는데, 이런 경수필을 우린 미셀러니라고 지칭합니다. 이와는 달리 경수필보다는 다소 무겁게(?) 쓸 수밖에 없는 중수필은 사회적 주제 또는 철학적 사색 등을 무거운 논조를 통해 논리적,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글을 말합니다. 이 중수필 속에 우리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에세이가 포함됩니다. 참고로 에세이에는 중수필, 학술적 논설문 및 소논문, 대학 과제물, 그리고 자기소개서 등을 포함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흔히 우리가 부르는 에세이는 사실은 에세이가 아니라, 미셀러니에 가깝다는 사실입니다.


말이 난 김에 하나만 더 덧붙여 말할까 합니다. 좋습니다. 우리식으로 얘기해 보겠습니다. 만약 제가 에세이로 등단을 하거나 단행본을 출간하게 되면 사람들은 저에게 '작가'라는 호칭과 함께 '에세이스트'라는 명칭을 부여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소설로 등단 및 출간을 하면 '소설가'가 아니라 '노벨리스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여기 계신 어떤 분이 시로 등단 및 출간을 하면 그분은 '시인'이 아니라 '포이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영어로 쓰려면 다 영어로 쓰든가, 우리말로 쓰려면 다 우리말로 쓰지 않고, 왜 이렇게 제멋대로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것일까요? 그것도 뻔히 있는 우리말을 놔두고 말입니다. 게다가 사전적 정의로 봤을 때에도 올바르지 않은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말입니다.


이름은 그 이름이 붙게 된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 김춘수 시인의 말처럼 명칭을 혹은 이름을 제대로 부르는 일, 그것이 선행되어야 사물이 우리에게 와 제대로 된 의미를 갖게 되지 않을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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