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Jul 23. 2024

내 방학 과제

삼백 일흔일곱 번째 글: 그 어떤 작품에 견줄 수 있을까요?

꽤 오래전 일입니다. 아마 20년 가까이 된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같이 근무했었던 한 동료교사의 남편분이 2년마다 한 번씩 상영했던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는 낙에 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얼마나 대단한 영화이기에 그러는가 싶었습니다. 영화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버렸습니다. 이런 장대한 스케일의 영화가 또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난 후 저 또한 그 남편분처럼 후속작이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증보판이 나와 있어 보기에 편합니다만, 당시 제가 읽었던 책은 활자도 빡빡하고 분량도 좀 되는 일곱 권짜리 책입니다.

아마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충동적으로 구매한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책은 영화와 같은 순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즉, 1편 『반지원정대』', 2편 『두 개의 탑』, 그리고 3편 『왕의 귀환』입니다. 때마침 방학 때라 거의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며 보름에 걸쳐 완독 했습니다. 글쎄요, 이렇게 말하면 될까요? 그 어떤 말로도 표현이 불가한 책이었다고 말입니다.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영원한 딜레마, 그러나 그 뻔한 딜레마에 갇히지 않은 것은 물론, 선에 대한 그리고 악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곳곳에 배어 있는 수작 중의 수작이었습니다. 단연코 제가 읽어 본 책 중에서는 이 책 만한 책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못 보지 않을까 하는 확신이 들 정도입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대략 2년에 한 번 정도 이 책을 읽어 왔습니다. 네, 맞습니다. 이젠 거의 뭐 줄거리를 달달 외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것은 그렇게 많이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읽을 때마다 새롭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전에 이해되지 않던 대목이 이해되는가 하면, 스토리를 통째로 연결하는 힘도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중 『호빗』이라는 책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총 8권의 책을 한꺼번에 이어서 읽곤 합니다. 왜냐하면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으로 봤을 때 『반지의 제왕』3부작에 앞선 이야기가 바로 『호빗』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에 여름방학을 맞이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자기만의 과제를 하나 지정하라고 했습니다. 다른 여러 과제가 있지만, 담임의 특명으로 다른 과제는 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이 자기만의 특별 과제는 반드시 하라고 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그게 자전거 배우기나 수영 배우기가 될 수도 있고, 리코더를 연습해서 자신이 선택한 5곡을 연주하여 휴대폰에 녹음하기, 읽고 싶은 책을 목록화한 50~100권의 독서 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 제 특별 과제를 소개했습니다. 아이들이 도대체 우리 담임선생님은 무슨 과제를 정했을까, 하며 궁금해하며 제 말을 듣더군요. 이해하기 쉽게 아이들에겐 저의 과제를 수행하는 순서까지 소개했습니다.


1. 책 『호빗』읽기

2. 영화『호빗』(전 3편) 감상하기

3. 책 『반지원정대』,『두 개의 탑』, 『왕의 귀환』 읽기

4. 영화 『반지원정대』,『두 개의 탑』, 『왕의 귀환』 감상하기 


자기 담임선생님이 『호빗』과 『반지의 제왕』의 열렬한 팬인 걸 아는 아이들이 저마다 고개를 주억거렸습니다. 뭐, 괜히 아이들에게 자랑이라도 하기 위해 제 과제를 소개한 건 아닙니다. 너희들의 담임선생님도 자기만의 과제를 정해서 하니, 너희도 꼭 하라, 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번 방학도 상상의 세계에서 마음껏 날갯짓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